사우디, 왕세자 득세 후 사형 집행 급증...과도한 '법관 재량권' 논란

법관의 '재량선고'…"미성년·외노자 인권침해 잇따라"

↑ 보고서 '학살과 거짓말: 무함마드 빈살만의 사형왕국' 커버/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득세한 뒤 사형집행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우디 인권단체 사형집행취소(Reprieve),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어제(31일) 공개한 보고서 '학살과 거짓말: 무함마드 빈살만의 사형 왕국'를 통해 2015년부터 사우디의 사형 집행이 치솟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2015∼2022년(2020∼2021년 제외) 사우디의 연평균 사형집행은 129.5건으로 2010∼2014년 70.8건과 비교할 때 82% 높았습니다.

특히 법관이 범죄와 형량을 결정할 권한을 지니는 점을 지적하며, 성문화되지 않은 범죄 혐의에 대한 법관의 재량권을 사형집행 급증의 배경으로 주목했습니다.

별도의 인권침해 의혹도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미성년자, 여성, 외국인 피고인과 경범죄에 대한 사형 집행이 계속되면서 극악한 인권침해 사례가 다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우디는 2020년 미성년자 사형, 2021년 가벼운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사우디의 사형집행은 차별과 부정 투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처형된 이들 중 가정부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형집행을 피고인의 가족에게 알리지 않거나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는 등 반인륜적인 사례도 보고서에 포함됐습니다.

한편 "사형이 이뤄진 사건에서 공정하지 않은 재판과 고문은 고질적 문제"라며 "고문을 당한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 피고인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재량에 따른 사우디의 사형선고가 국제사회의 규범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유엔은 성문화되지 않은 범죄에 재량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행위를 자의적이고 불법이라고 밝힌다"다고 주장했습니다 .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