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시민 희생에 '경찰 테러 끝내라' 시위도
전문가 "군대식 사고가 문제…소통 능력 키워야"
주로 흑인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28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경찰 테러를 끝내라"는 팻말을 들고 나섰습니다. 시위대가 시민을 지키는 '경찰'과 일상을 위협하는 '테러'를 연관 지은 이유는, 매년 경찰 손에 희생된 사례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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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가 경찰 구타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지난 28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항의에 나선 시민의 모습/사진=AFP 연합뉴스 |
미국에서 또다시 경찰이 시민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같은 유형의 사건이 일어나자 이제는 경찰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손에 죽은 뒤 사회에 파란이 일자 미국 경찰은 대대적 개혁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일, 멤피스에서 20대 흑인 남성인 타이어 니컬스가 경찰의 집단 구타로 숨지며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29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경찰 폭력에 숨진 사람은 1천176명으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위대가 '경찰 테러'라 명명한 이유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한 흑인이 경찰 폭력 사망자의 26%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경찰의 폭력적 행태가 훈련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ABC방송에 따르면 치안 정책을 연구하는 시민단체 경찰행정연구포럼(PERF)은 작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내 1만 8천개가 넘는 경찰서에서 진행 중인 훈련이 너무 구식이고,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업무 절차가 지역별로 너무 쪼개져 있어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습니다. 현재 미국은 각 시와 군, 지역 단위는 물론이며 고속도로 순찰대 등 경찰마다 훈련 내용이 다릅니다.
또 전 세계 여러 국가가 경찰을 현장에 투입 시키기 전 수개월 내지 수년간 훈련하지만, 미국은 불과 몇 주의 교육뿐입니다.
2018년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주와 지역정부의 경찰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경찰 기본훈련 기간은 833시간으로 22주가 채 안 됩니다. 최근 PERF 조사에서도 경찰 기본훈련 시간은 평균 20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일본 경찰은 훈련 기간이 15~21개월이고 독일은 교육과정이 2년 반, 핀란드는 3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21년 신임경찰 교육기간을 6개월로 확대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총기 허용 국가로 관련 사고가 빈번하기에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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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가 경찰 구타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지난 28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항의에 나선 시위대의 모습/사진=AFP 연합뉴스 |
PERF의 척 웨슬러 사무국장은 "고함을 지르며 지휘하는 군사 방식 사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힘으로 문제를 제압하려는 태도가 문제라는 말입니다.
현재 미국 내 경찰학교 중 대다수는 군대의 신병 훈련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사격 등 무기 사용과 방어 전술을 강조하고, 소통과 위기관리 같은 연성(soft) 기술은 소홀히 하는 경향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에게 필요한 건 연성 기술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 2020년 신시내티대 연구에서 켄터키주 루이빌시의 경찰이 위기관리와 비판적 사고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받은 이후 공권력 남용 사건과 경찰 및 시민의 부상이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경찰의 업무 환경이 위험하기에 어느 수준에서 강경하게 제압해야 안전이 보장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총기와 마약 사용이 횡행해 경찰이 스스로를 지키고자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훈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경찰은 인력 부족에 시달립니다. 위험하고 업무 시간이
결국 위험한 근무 환경과 인력 부족, 이를 대처할 훈련의 부재가 미국 내 갈등을 심화시키는 양상입니다. 2017년 이래 미국에서는 거의 600명이 경찰의 차량 검문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밝혔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