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그너, 사실상 러시아의 비공식 군대
북한이 당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전쟁을 돕고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에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20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사진=조선중앙통신 |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어제(22일),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 민간용병회사인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판매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지난달에 와그너 그룹이 사용할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전달했다"면서 "북한이 와그너 그룹에 1차 무기 인도를 완료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와그너 그룹에 전달한 무기의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전달한 무기의 규모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이 추가로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북한 정부 관리들은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인도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함께 안보리에서 북한의 대북 결의 위반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서 "와그너 그룹에 대한 무기 인도를 북한은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별도 성명을 발표해 "와그너의 북한 무기 구매는 북한에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가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대줌으로써 한반도 불안정에 기여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와그너의 무기 구매가 북한이 전례없이 많은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중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향후 안보리 회의에서 제기할 계획"이라며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 예고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뒤로 무기와 탄약이 부족한 러시아에 북한이 무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경고해온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북한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로 보내는 것처럼 위장해 상당량의 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한 정보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와그너 그룹에 대한 무기 판매가 러시아 정부에 공급한 것을 뜻하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도 와그너그룹과의 연계를 부인해왔습니다.
↑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 그룹 수장/사진=연합뉴스 |
와그너 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수장으로 있는 민간 용병회사입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시리아와 아프리카 등 러시아가 개입한 분쟁 지역에서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친 용병 회사입니다.
2014년 설립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는 등 비공식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수도 키이우에 용병들을 침투시키는 등 전쟁 초반부터 깊숙하게 개입해 왔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고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와그너 그룹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설 용병회사라기보다는 사실상 러시아의 비공식 군대인 셈입니다.
↑ 에브게니 프리고진(왼) 와그너 그룹 수장과 푸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현재 와그너 그룹은 매달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써가며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수행 중입니다. 그마저도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감옥에서 죄수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 계약직 군인 1만명과 죄수 4만명 등 5만명을 배치했다고 추산했습니다. 또 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전투'에서 상당히 기여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와그너그룹의 위상이 높아져, 러시아군 장교들이 와그너그룹의 명령을 받기도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와그너 그룹이 러시아 군 및 다른 부처와 경쟁하는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서방 당국과 인권단체 등에서는 와그너 그룹이 시리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의 내전에 직접 참전하거나 정부의
일례로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은 2020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민간인 3명을 살해하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일가족을 몰살하는 등 민간인 관련 전쟁 범죄를 일삼았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