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취재 윤리 논란…고발프로그램서 신상 노출된 男 '극단적 선택'

지나친 신상 노출은 "스토킹에 불과" 비난 빗발쳐
"정의가 승리했다"며 옹호하는 누리꾼도 존재
프로그램 측, '정당한 취재'

↑ 하이에나쇼(Le Iene Show) 포스터/사진=하이에나쇼 SNS 계정

이탈리아의 TV 고발 프로그램인 '하이에나쇼'가 취재한 남성이, 방송에 신상과 주거지가 노출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탈리아 내에선 취재 윤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일간델라 셀라에 델라 셀라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포를리 검찰청이 지난 6일 목숨을 끊은 로베르토 자카리아(64)의 죽음에 대해 진상 규명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자카리아가 이탈리아 고발 프로그램인 '하이에나쇼'(Le Iene Show)가 방송된 지 닷새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근거로 프로그램 내용과 자살 간 연관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지난 1일 방영된 하이에나 쇼에선 지난해 9월 사망한 다니엘레(24)의 사연이 재조명된 바 있습니다. 해당 방송분에서는 다니엘레가 자카리아와 온라인 채팅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카리아는 '이레네 마르티니'라는 이름의 가상의 여성을 만들었고, 다니엘레는 마르티니와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약 1년 동안 사랑을 키웠습니다. 이후 자신과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다니엘레가 큰 충격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하이에나쇼는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자카리아의 주거지를 찾아가 기습적 인터뷰를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하이에나쇼가 자카리아 집에 찾아간 당시, 자카리아는 집 근처에서 고령의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끌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자카리아가 인터뷰를 거절하고 도망치듯 집에 들어갔으나 그 모습은 얼굴만 모자이크된 상태로 방송됐습니다.

팔에 새겨진 문신과 체격, 주거지, 집 대문 등을 통해 특정인이 추정되자 집 앞에는 플랜카드가 붙기도 했습니다. 자카리아의 변호인은 "고인이 방송 이후 걸린 플랜카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이에나쇼 측은 지난 8일 방송에서 자카리아의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며 "비극 안에 또 하나의 비극이 생겼다"고 말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건을 계속 다룰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하이에나쇼의 태도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죽음을 팔아 또 하나의 죽음을 초래했다", "이건 저널리즘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스토킹에 불과하다" 등의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렇듯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며 비난하는 여론도 있지만 반대로 "정의가 승리했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존재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