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눈꺼풀 봉합 1년간 실명"…실험한다고 원숭이에 몹쓸 짓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의 원숭이 활용 실험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 영장류학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신경생물학자인 마거릿 리빙스턴의 연구실에서 원숭이를 활용한 비윤리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리빙스턴 연구실은 어미 원숭이가 무생물에도 애착을 느끼는지 확인하기 위해 갓 출산한 암컷 원숭이에게서 새끼를 떼놓고 봉제 인형을 대신 줬다.
그 결과 어미 원숭이가 무생물이라 할지라도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으면 애착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에 실시한 이 실험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그러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 연구팀은 이번 뿐 아니라 이전에도 새끼 원숭이의 눈꺼풀을 봉합해 1년간 실명 상태로 두고 시신경의 변화를 추적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결국 동물행동학자와 영장류 학자가 주축이 된 과학자 250명은 리빙스턴 연구팀의 해당 실험들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지난 17일 논문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PNAS에 보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대 영장류학자 캐서린 호바이터는 "우리는 모성 분리에 의존하는 실험이 극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른 방식으로도 실험을 더욱 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보호단체인 PETA도 "실험은 잔인할 뿐만 아니라 결함도 많다"며 "하버드대는 이 끔찍한 실험실을 폐쇄하고 원숭이 관련한 모든 사진, 비디오, 진료기록 등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즉각 실험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버드대측은 "인류의 이익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를 인신공격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리빙스턴의 원숭이 실명 실험은 시각 장애, 뇌발달 등에 중요한 지식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뇌암 치료제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모성 애착 실험의 경우는 인간의 모성 유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