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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보다 더 폭락한 英 장기물 국채 [자료 = FT] |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비트코인(Bitcoin)> 영국 국채(gilt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채가 디지털 자산보다 더 심하게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이후 67% 하락했다. 오는 2073년 만기가 돌아오는 영국의 50년물 '링커(linker·물가연동국채)'는 작년 11월 23일 발행된 후 78.6% 떨어졌다고 FT는 전했다. 거품이라고 일컬어지는 비트코인보다 영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더 나쁜 자산으로 드러났다고 FT가 지적한 셈이다. FT는 아울러 "우리가 이런 기사를 쓴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표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온 영국 장기물 국채가격이 최근 파운드화 폭락 사태로 인해 비트코인보다 더 떨어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시장 혼돈의 원흉으로 꼽히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감세하면서도 공공지출은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12일 하원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중기적으로 나랏빚을 줄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공지출을 삭감하지 않고 대신 납세자 돈을 잘 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 감세안이 성장률을 높이고 물가 상승률을 낮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정연구소(IFS)와 투자은행 씨티는 영국 정부가 국가채무를 유지하거나 줄이려면 600억파운드 규모 지출을 삭감하거나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트러스 총리의 고집에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보수당 소속의 줄리안 루이스 의원은 주택담보대출 차입 비용이 커진 국민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따져 물었다. 로버트 할폰 의원은 "지난 10년간 쌓은 보수주의 가치를 망쳐놨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한 의원은 가디언에 "분위기가 장례식과 같았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은 이날도 불안한 모습을 이어 나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4.6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20년과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각각 연 5.1%에 달하며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정부에 감세와 정부 지출 확대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영국 재무부는 시장 혼란의 책임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탓으로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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