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동원령을 피해 인근 조지아로 출국하려는 러시아 청년들이 몰리면서 러시아와 조지아 국경지대에 28일(현지시간) 차량행렬이 길게 줄지어있다. [TASS = 연합뉴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군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고 군수품 부족·사기 저하 등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입수한 러시아군인과 가족 사이 3월 통화 도청파일 4000건을 분석해 민간인 학살 및 약탈행위 정황도 보도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일 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실패해 전쟁이 장기화됐다. 최전선에서 휴대폰을 사용해 가족과 통화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수천통의 통화가 가능했을 정도로 군 내부의 기강이나 감시체계가 허술했다.
공개된 통화내역에서는 푸틴과 군 지휘관에 대한 불신이 두드러졌다. 군인들은 '군사작전'을 미화하는 러시아 정부와 푸틴을 '멍청하다'고 비하했다. 세르게이라는 군인은 어머니에게 "푸틴이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군수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인 시체에서 무기를 가져가. 나토 무기가 우리 것보다 훨씬 나아."(군인 세르게이), "여기 있는 건 다 완전 구식이야. 국영 TV에서 보여줬던 것 같은 신식이 아니야."(군인 로만)등의 증언이 쏟아졌다.
군인들은 우크라이나의 기습을 받아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가족들에게 전했다. NYT에 따르면 군인들은 600명이 소속됐던 러시아 331공수연대 제2대대 전체가 전멸했다고 보고했다.
통화에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행위와 약탈에 대한 정황도 포함됐다. 한 군인은 부차로 운전해 들어오는 동안 민간인 시체들이 길에 쌓여있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군인은 민간인이 군대 위치를 외부에 알려줄까봐 체포해 사살했다고 말했다.
식량이 부족했던 러시아군은 닭
NYT는 "군인과 가족들 사이에서만 전달됐던 러시아 침공의 암울한 현실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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