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푸틴 음악인 아나테미 트로이츠키 "이번 발언은 러시아인에게 상당히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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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대통령과 알라 푸가초바(오른쪽) / 사진 = 연합뉴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약 7개월째 장기화하면서 전쟁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비판과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원로 국민 여가수 알라 푸가초바도 반전 여론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만 송이 장미'를 통해 옛 소련 시절부터 수십 년간 큰 인기를 얻으며 러시아 국민들에 영향력을 가진 푸가초바의 비판 대열 합류는 러시아 여론에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푸가초바(73)는 자국 법무부를 상대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공개서한에서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국 대행 기관'으로 지정된 남편 막심 갈킨(46)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외국 대행 기관으로 지정하라고 항의성 요구를 18일(현지시간) 올렸습니다.
TV 진행자이자 희극인인 푸가초바의 남편 갈킨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지원받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외국의 대리인' 으로 지정돼 감시받고 있습니다.
2012년 채택된 러시아 법률에 따르면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러시아 내에서 정치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언론매체, 개인 등을 외국 대행 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푸가초바는 SNS에서 "나도 조국의 번영과 평화로운 삶, 발언의 자유, 러시아 젊은이들의 희생 중단을 바라는 청렴하고 진정한 애국자인 내 남편과 같은 뜻이다"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젊은이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크렘린궁이 강조하는 '환상의 목표'는 "러시아를 버림받은 나라로 만들고, 우리 국민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갈킨은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는 동안의 러시아 군인들이 행한 잔학 행위를 규탄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습니다.
푸가초바는 이전에는 노골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었지만, 이번에 남편이 외국 대행 기관으로 지정되자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말 남편과 함께 이스라엘로 출국했다가 지난달 말 자녀들만 데리고 러시아로 돌아왔고, 그녀가 귀국하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주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발언들을 하며 자기 얼굴에 먹칠한 예술인들이 있다"면서 갈킨을 지목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갈킨은 몹시 나쁜 발언들을 했기에 우리는 그와 함께 갈 수 없다"고 조치한다고 예고했습니다.
푸가초바는 특히 고령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러시아 국민가수로 푸틴 대통령은 8년 전 그에게 국가 훈장을 수여했으며, 생일 때마다 축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를 떠나 에스토니아에서 활동 중인 반푸틴 음악인 아나테미 트로이츠키는 "이번 발언은 그녀가 처음으로 한 강력하게 주장한 정치적 발언으로, 러시아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이라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군의 지지부진한 전황, 대규모 병력과 무기 손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역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분노와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구의회 의원들은 "푸틴 대통령이 불필요한 전쟁으로 국가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반역죄를 저질렀다"며 연방 의회에 대통령 탄핵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유엔(UN)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나서 최소 5,718명의 민간인이 죽고
또 7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전쟁을 피해 유럽 각지로 나와 난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실제 민간인 사망자는 집계된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군인 사망자 역시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