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뒤를 이어 국왕에 오른 찰스 3세가 즉위 초부터 '즉위식 문서'에 서명하는 과정에서 짜증을 내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왕세자 시절 자신을 도와 일해원 직원 100여명을 하루 아침에 해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최고 보좌관 클라이트 알더튼 경이 전날 왕세자실 소속 개인 비서를 비롯해 통신팀, 재무실, 가사담당 직원 등에 대해 서면으로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해고 통지를 받은 직원은 100여명 규모로 이 중에는 수십년간 왕세자실에서 일 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해고 통지는 12일 스코틀랜드 에든 버러 성자일스 대성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벌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찰스 3세는 이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 힐스버러성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는 도중 손에 펜의 잉크가 묻자 "너무 싫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심지어 "이런 빌어먹을 것은 못 참겠다. 허구한 날 말이지"라고 말했다.
지난 10일에는 제임스궁에서 열린 즉위식에서도 책상에 놓인 만년필 통을 짜증 섞인 표정과 몸짓으로 치우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책상에는 즉위 선언문, 만년필이 담긴 통, 잉크 병이 있었다. 찰스 3세는 준비된 펜을 쓰지 않고 자신의 옷에서 꺼낸 만년필로 첫 문서에 서명했다. 또 다른 문서에 서명하려던 순간 그는 책상 가장자리에 놓인 만년필 통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수행원은 즉시 물건을 책상에서 치웠다.
찰스 3세는 이후에도 불편한 모습을 또 다시 드러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공휴일로 선포하고 서명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으려다 또 다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잉크병과 만년필 통이 눈에 거슬리는 듯 손을 휘저은 것이다. 이에 수행원은 또 다시 물건을 가져갔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8일 96세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은 이날 여왕이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고 밝혔다. 이에 왕위 계승권자인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찰스 3세로서 국왕 자리를 이어받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밸모럴성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여왕은 지난 6일에는 웃는 얼굴로 신임 총리를 임명하며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7일 오후 왕실은 여왕이 의료진의 휴식 권고로 저녁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고, 이후 건강이 염려스럽다는 의료진의 발표를 전했다.
이후 찰스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이 속속 밸모럴성에 모여들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영국 BBC는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여왕 관련 소식을 생중계로 전하
1952년 25살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여왕이 재위한 70년 동안 15명의 총리가 거쳐 갔다. 여왕은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나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서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의 단결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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