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효율 등급 'A'를 전면에 내세운 보쉬 전시장 입구. <베를린/오찬종 기자> |
정부 에너지 정책 전환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장기화되며 가스비와 전기료가 폭발적으로 오른 게 원인이다. 거리 상점들도 예년 같으면 켜 두었을 간판의 불을 꺼둔 곳들이 많았다.
독일의 현재 전기료는 불과 1년 전과 비교할 때 10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윤현철 코트라 독일 함부르크 관장은 "저녁 늦게 퇴근할 때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로등이 꺼져있다"라며 "특히 주택 지역 주변은 매우 어둡기 때문에 치안과 안전이 우려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독일 시민들의 더 큰 걱정은 다가오는 겨울이다. 다음 달 한차례 더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난방에 들어가는 가스비도 계속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 기업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 공포가 어느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에너지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른 것은 아닌지 확인할 '진실의 시간'이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에너지 효율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베를린/오찬종기자> |
파티에 참석한 베르너씨는 불 꺼진 독일 거리에 대해 묻자 "최근에는 독일의 유서 깊은 할로겐 가로등을 전기 소모가 적은 LED 조명으로 바꾸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백년이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설비가 이렇게 전기요금으로 인해 무너진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럽 전역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에너지 비용과 전쟁' 분위기는 실제 IFA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엄격해진 전자제품 에너지등급 기준을 도입했다. 이를 의식한 글로벌 제조사들은 저마다 에너지 소비 효율을 극대화한 제품들을 앞세워 전시에 나섰다.
보쉬, 지멘스 등 유럽 대표 기업들은 최고 효율 기준인 A등급 제품임을 상징하는 'A'를 전시관 전면에 큰 글씨로 내세웠다. 밀레는 올해 전시한 전제품에 각각 효율 등급을 안내하는 택을 별도로 붙였다. 밀레의 현지 전시 담당자는 제품을 소개하며 "올해 'IFA'의 A는 A등급의 A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현지 관람객들은 에너지 비용이 실제로 가장 큰 최근 고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쉬 전시관에서 신제품을 구경하던 시모나 씨는 "이탈리아도 전기요금이 최근에 20%나 올랐다"라며 "독일만큼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난은 유럽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루에 한 번 세탁기를 돌리는데, 야간에 사용하면 전기요금을 할인해줘서 밤에만 빨래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보쉬관에서 제품을 소개하던 직원은 "이번에 나온 세탁기 신제품은 기존 A등급 제품보다 전력 소비량이 10% 줄어든 대신 가격은 역대 나온 제품 중 가장 비싸다"며 "그럼에도 이 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관람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IFA 참가에 앞서 유럽의 에너지 소비효율 최고 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10%나 더 절감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찬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의 에너지 효율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전기료가 가구당 평균 20%까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에너지 효율을 높인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를 출시하면서 에너지와의 전쟁에 동참했다. 이번 신제품은 유럽 냉장고 에너지등급 가운데 최고인 A등급이다. 특히 유럽 기준 연간소비전력량이 LG전자의 기존 A등급 냉장고와 비교해도 10% 줄어든 99㎾h 수준이다.
이들 기업들은 이런 전기료 전쟁이 유럽 지역에 한정되지
[베를린 = 오찬종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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