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러시아에서 재계 거물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의문의 사고로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명을 달리한 인물들 대부분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등 에너지기업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다. 이들의 죽음은 대부분 자살로 처리됐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러시아 정부의 비자금 관련 내역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암살당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3일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에만 러시아 에너지 업계 거물 최소 8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6명은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 2곳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4명은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과 그 자회사, 나머지 2명은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가스기업인 루크오일 출신이다.
첫 사망자는 가스프롬 투자 자회사에서 운송 부문 책임자를 맡았던 레오니드 슐만으로, 1월 3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음 달 25일에는 가스프롬의 고위 간부였던 알렉산드르 튜라코프가 자택 차고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4월 18일엔 가스프롬 자회사인 가스프롬뱅크의 부회장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가 모스크바 자택에서 아내·13세 딸과 함께 주검으로 발견됐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아바예프가 총을 손에 쥔 채 발견됐으며,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바예프 가족의 죽음이 알려진 다음날엔 가스프롬이 투자한 러시아 2대 가스기업 노바텍의 전임 최고경영자인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에서 아내·18세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 유서는 없었고 세르게이의 몸에서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스페인 경찰은 세르게이가 아내와 딸을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세 명 모두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가스프롬과 관련된 이들 4명의 죽음을 모두 극단적 선택의 결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지인들은 모두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를 떠난 가스프롬뱅크의 전 임원은 CNN에 "아바예프는 프라이빗 뱅커(PB)로 VIP 고객의 큰 자금을 굴리는 일을 했다"라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뭔가를 알게 돼 위험을 초래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 사망 사례는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이달 1일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루크오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초 성명을 통해 휴전과 대화를 촉구해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바 있다. 타스 통신은 사고 당시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해 마가노프 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으나 그의 지인들은 로이터통신에 자살 개연성이 매우 낮다는 주장을 전했다.
앞서 루크오일에서 고위 간부를 맡았던 알렉산드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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