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나무로 만든 첨단 무기 모형으로 러시아의 미사일을 낭비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무 모형을 이용해 러시아군이 미사일로 요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힘들이지 않고 무기를 소모하게 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미군 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의 나무 모형을 만들어 전장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먼저 드론을 띄워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위치를 확인한 뒤 흑해에 배치된 순항미사일로 요격하도록 한다. 그러나 드론 렌즈로는 모형과 실제 HIMARS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다.
실제 나무 모형을 향해 쏜 러시아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은 10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이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러시아가 HIMARS를 포함, 서방이 제공한 로켓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파괴?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모형에다 미사일을 쏘고 파괴됐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토드 브리아시엘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달 쇼이구 장관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미국이 제공한 HIMARS는 모두 무사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보낸 것보다 더 많은 HIMARS를 타격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16대의 HIMARS를 지원했다.
모형 HIMARS는 러시아의 미사일 소모 뿐 아니라 실제 HIMARS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HIMARS는 사거리가 80 km 정도로 러시아 병참선, 무기고, 물류 허브 등 고가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가 진격하는 것을 늦추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의 군사 연구원인 조지 바로스는 "러시아군이 모형 HIMARS를 파괴하고 진짜 HIMARS에 미사일이 명중했다고 착각할 수 있다"며 "'미끼 전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모형 무기 요격에 정밀 유도 미사일을 소모함으로써 비축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서방 제재로 마이크로칩에 대한 수입이 금지되면서 러시아는 이러한 무기를 보충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