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시민단체서 내년 예정된 '갈라 도밍고 2023' 공연 취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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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시도 도밍고 / 사진=연합뉴스 |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며 오페라계의 슈퍼스타로 대우받아온 플라시도 도밍고(81)가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오케스트라 기립거부' 굴욕을 당하며 씁쓸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지난 6월 17일에 시작돼 9월 4일까지 이어지는 제 99회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선 도밍고는 지난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공연을 펼쳤습니다. 아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고대 로마 원형 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야외 오페라'의 대명사로 꼽히는 공연입니다.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의 성지로 꼽히는 이 페스티벌은 명성이 높은 만큼 스타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도밍고는 첫날에는 '도밍고 인 베르디 오페라 나이트'에서 직접 주연을 맡아 열창했고, 둘째 날에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지휘자로 무대에 올랐는데 실수를 반복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싸늘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로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열린 역대 공연 중 최악"이라는 악평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도밍고는 25일 공연 중에는 여러 번 가사를 까먹었고, 26일 마지막 오페라 '맥베스' 공연 때는 성량이 딸려 완성도 낮은 무대를 선보임으로써 관객들로부터 실망을 자아냈습니다. 이 같은 도밍고의 프로답지 못한 모습에 실망한 것은 관객들 뿐 아니라 함께 무대를 꾸민 오케스트라 단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밍고는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무대 중앙으로 이동해 인사를 하며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일어서라는 손짓을 했지만, 단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노골적인 반감 표시에 도밍고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연이 끝나고도 도밍고의 실력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이탈리아노동총연맹(CGIL)의 베로나 지부와 베로나 페미니스트 협회는 도밍고의 논란 많았던 공연이 끝난 지난 29일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에 공개적으로 편지를 보내 내년에 예정된 도밍고의 갈라 공연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편지에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무대 기술자들은 리허설 때 이미 도밍고가 그의 명성과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며 "이틀에 걸친 공연 결과는 형편 없었고, 그나마 다른 예술가들과 기술팀이 전문성을 발휘한 덕분에 거대한 실패가 빚어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처럼 도밍고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터져나온 것은 비단 이번 페스티벌에서의 실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앞서 도밍고는 2019년부터 20여명의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폭로를 받으며 '20세기 최고의 테너'라는 명성을 잃어왔습니다. 그는 성 추문에 휩싸여 불명예스럽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서 추방됐고, 로스엔젤레스 오페라 상임 지휘자 자리 역시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도 모자라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의 성매매 조직에 연루되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그를 향한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CGIL의 베로나 지부와 베로나 페미니스트 협회를 비롯한 베로나 시민단체들은 성 추문에 휩싸인 도밍고에게 해당
한때 '오페라의 제왕'으로 불렸던 도밍고가 성 추문과 실력 논란이라는 심각한 두 문제에 휩싸이며 초라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그의 내년 '갈라 도밍고 2023' 공연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