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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날 "파키스탄 국민들은 엄청난 홍수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금융 기관의 도움이 없으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에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1000명 이상이 숨지고, 30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겪고 있다. 부상자는 1527명으로 집계됐으나 건물이 무너지는 등 계속해서 인명 피해가 추가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40억 달러(약 5조39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홍수는 지난 6월부터 계속된 계절성 폭우 때문이다. 보통 6~9월 우기에 내리는 비는 적절히만 내리면 농작물 작황이 좋아져 '경제의 생명선'으로도 불리지만, 과하면 홍수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올해는 평균의 6배에 이르는 비가 지난 6월 14일 이후 두 달 동안 내리 쏟아부어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
인더스강 하류 지역이 홍수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신드주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최소 347명이 사망했다. 남서부 발루치스탄과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에서도 각각 238명과 226명이 숨지는 등 전국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비가 그칠 때쯤이면 "파키스탄의 4분의 1이나 3분의 1이 물에 잠겨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조작업은 장비 부족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인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州) 코히스탄에서는 홍수에 갇힌 청년들이 3시간 넘게 구조를 기다리다 차례로 휩쓸려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더 베어 강이 범람한 지난 25일 직업 운전사였던 모하마드 오바이둘라와 모하마드 리아즈는 수위가 높아지자 높은 곳에 차를 대고 탈출하려 했다. 모하마드 안와르, 모하마드 파즐, 하자라트 빌랄이 그들을 도왔다.
하지만 수위는 급격히 상승했고 청년 5명은 근처 바위로 피신했다. 차에서 챙겨 나온 밧줄과 주민들이 던진 밧줄에 의지해 구조를 기다렸다. 그사이 물은 계속 불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패막이 돼주던 다리까지 떠내려갔다. 물은 계속 불어나고 구조대는 오지 않고, 고립된 청년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머리까지 완전히 파묻힐 게 분명했다. 결국 청년들은 밧줄을 쥐고 탈출을 시도했다.
다행히 청년 중 한 명은 주민들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나머지 4명은 끝내 뭍을 밟지 못하고 거센 강물에 차례로 휩쓸려 사라졌다. 현지언론은 모하마드 오바이둘라는 이름의 청년이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실종된 4명 중 1명의 시신만 수습됐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지역 정부가 헬리콥터를 보내지 않아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주도 페샤와르나에서 한 시간이면 헬리콥터가 도착할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동원해 정부와 대응 기관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책임론이 잇따르자 코히스탄 당국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 성명을 냈다. 코히스탄 당국은 "구조 장비와 인력이 극도로 부족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는 "홍수로 다리 등이 끊기면서 접근이 불가능해진 지역도 다수'라고 발표했다. 이번 재난으로 인해 가옥 94만9858채가 부분 또는 완전히 부서졌으며, 149개의 다리가 붕괴됐고, 3451㎞에 해당하는 도로가 없어졌다고도 했다.
빌라왈 부토 자다리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이 정도 규모의 피해를 본 적 없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많은 국민들의 생계 수단인 농작물이 모두
파키스탄은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통화 가치 하락, 경상 수지 적자 등을 겪으며 경제 위기에 빠진 상태다. 유엔은 파키스탄을 돕기 위해 1억6000만 달러(약 2148억원)를 모금할 예정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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