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푸틴의 브레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폭발사고로 사망한 것과 관련, 유엔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다리야 두기나의 사망과 관한 모든 것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긴의 딸 두기나는 지난 20일 모스크바에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폭발 사고로 숨졌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두기나가 운전한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한 용의자로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을 지목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연관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 참모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리는 러시아 같은 범죄국가도, 테러국가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두기나의 부친인 두긴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큰 영향을 준 극우 사상가다.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강조한 두긴은 '유라시아리즘'의 창시자로 당초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였으나 1990년 대 소련이 해체될 무렵 서방의 영향력에 대항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목 받지 않았던 이런 극우 민족주의적 사상은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 정치권의 주류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두긴은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게 됐다.
더군다나 푸틴 대통령도 소련의 붕괴를 '역사적 비극'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옛 소련을 동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 이끄는 서방에 경도된 우크라이나를 해방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도 두긴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
앞서 두긴은 2014년 크림반도의 강제병합을 앞두고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라는 개념을 되살렸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구상에서 사라지던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각계각층, 지역에서 전면적인 반란을 일으키라고 우크라이나인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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