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측, '묵묵부답'
호주 남부의 한적한 농장에서 정체 모를 커다란 물체들이 발견돼 화제입니다. 지구상의 물건처럼 보이지 않아 마치 외계인이 만든 구조물 같기도 한 이 물체들은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잔해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지만, 스페이스X 측에선 이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2일) 호주 ABC 방송과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 천체물리학자 브래드 터커는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달게티의 한 농부에게 "어딘가 그을린 듯한 물체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터커는 "평소에도 이 같은 제보가 많이 들어와 우주 발사체의 잔해물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확인해보니 이번 물체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처음에는 불에 탄 나무 같기도 하고, 외계인의 오벨리스크 같기도 했다"며 "나중에는 이 물체가 사고로 인해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터커는 이후 조사를 통해 해당 물체에 고열을 견딜 수 있는 합성 물질이 쓰였다는 것과 이들 물체 중 하나에는 부속품의 번호로 짐작되는 숫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 결과 터커는 이 물체들이 2020년 11월 발사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크루 드래건은 인류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개발하고, 지난 2020년 자국에서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역대 가장 저렴한 유인 우주선으로 알려진 크루 드래건의 개발 비용은 17억 달러로, 300억 달러가 넘었던 아폴로 우주선의 약 20분의 1 정도입니다.
호주에서는 지난달 9일 캔버라에서도 상공에서 비행체가 불을 뿜으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터커는 "발사체 잔해가 바다로 추락하는 경우는 많지만, 인간이 거주하는 곳에 떨어지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괴물체의 정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스페이스X 측에선 터커의 주장에 대해 묵묵부답 상태입니다.
호주 항공우주국(ASA)도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ASA 관계자는 "현재 해당 물체의 성격을 규명하는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주 탐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국이 쏘아 올리는 발사체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발사체 잔해가 지상에 떨어질 가능성 또한 커졌습니다.
지난달 31일엔 중국 우수발사체 창정(長征) 5B호의 로켓 잔해물이 필리핀 서쪽 바다에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잔해물의 무게는 무려 24.5t으로, 지난 30여 년간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떨어진 인공 물체 중 가장 무거웠습니다. 바다
호주에서 발견된 괴물체가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의 잔해라는 터커의 견해에 동의한 세라 웹 박사는 "(앞으로 발사체 잔해가 지상에 추락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주 잔해물의 위치를 쫓는 작업이 중요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변혜인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anny55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