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곡물수출 협상 타결한 러시아에 "협상안 신속 이행하라" 압박

"이행 여부 면밀히 주시할 것…러시아가 해야 할 여러 조치 중 하나일 뿐"
국제사회, 환영 목소리 내면서도 우려 섞인 시선…"상호불신 극복해야"

↑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 인근에서 한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4자 합의가 타결된 직후, 미국이 러시아에 신속하게 합의내용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22일(현지시각)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세계의 배고픈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우리는 (러시아가) 오늘 합의의 이행을 신속히 시작하고 중단이나 방해 없이 진행할 것을 기대한다"며 러시아를 향해 이행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제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합의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항구에 대한 실질적인 봉쇄를 해제하고 곡물, 지방종자(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 종자), 해바라기유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이 세계 시장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이번 합의가 러시아가 앞으로 취해야 할 여러 조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정당화할 수 없고 잔혹한 적대행위를 계속하는 한 세계 식량안보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튀르키예에서 열린 우크라 곡물 운송 4자 협상 / 사지=연합뉴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 대표단은 이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상안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해당 협상안에는 그동안 러시아 봉쇄에 막혀 창고에 쌓아둔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흑해에 선박이 안전하게 다닐 항로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동안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식량 부족 위기에 몸살을 앓아온 국제사회는 이들의 합의를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파산 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과 기아로 고통받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고 전했고, 로버트 마디니 ICRC(국제적십자위원회) 사무총장 역시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분투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조치와 다름없다"며 협상안 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 역시 이번 합의가 이행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해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며 쌓인 '상호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며 아직 넘어설 장벽이 높다고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역시 "러시아가 일으킨 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러시아가 실제 합의를 이행하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앞서 전투 지역에 갇힌 민간인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음에도 돌연 약속을 파한 전적을 갖고 있습니다. 극적으로 타결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상안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조를 바탕으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