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문 "박근혜 경호팀은 2∼3초만에…아베 총격 때와 대조"

"아베 전 총리 안전 확보도 하지 않고 총격범부터 제압…경호원 역할 모르나"
최근 3D프린터로 일반인도 총기 제작…'총격' 관련 경호대책 마련 나서

↑ 소주병이 던져지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경호원들 /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당시 경호에 빈틈이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이 던져졌을 때 경호팀이 한 대처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경호팀의 대응과 비교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23일 요미우리 신문은 "소주병이 내던져지자 불과 2∼3초 만에 십수 명의 경호원이 빠르게 달려왔다. (중략) 이중삼중으로 둘러싸고 방탄 커버를 올렸다"며 지난 3월 대구에서 한 40대 남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졌을 때 경호팀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했던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박 전 대통령) 경호원들의 움직임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당한 사건과는 대조적"이라고 논평하며, 박 전 대통령 경호팀이 재빠르게 대응했던 것과 달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당시 그의 경호팀이 업무에 과실이 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총을 맞은 직후 근처를 지키던 경호원들이 아베 전 총리 주위를 보호하기에 앞서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를 제압하러 달려든 것에 대해 "경호원의 역할은 본래 용의자 체포가 아니라 요인(要人)의 안전 확보다. 제2·제3의 공격이 어디서 올지 모른다. 평소와는 다른 사태가 벌어진 경우 요인을 덮어서 가리거나 엎드리게 해서 목숨을 지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야마가미는 약 3초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을 발포했음에도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은 첫 번째 총성이 들린 직후 아베 전 총리를 둘러싸지 않아 두 번째 총격을 고스란히 맞게 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첫 번째 총성을 듣고 뒤를 돌아보다가 두번째로 발포된 총알에 맞아 사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문의 지적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평이 우세합니다.

↑ 아베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를 제압하는 아베 전 총리 경호팀 /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요미우리는 본격적으로 한국의 대통령 경호 시스템을 소개하며 치켜세웠습니다. 신문은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원 약 400명 체제로 대통령과 그 가족 경호를 담당하고, 임기를 마친 후에도 최장 15년 동안 재임 기간과 같은 수준으로 경호 서비스를 제공해 안전을 책임진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베 전 총리 경호팀을 비롯한 일본 경호팀들이 전반적으로 '총격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아 대처가 미숙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경찰 관계자는 "경호 시 총격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칼을 들고 습격하는 경우를 보다 중점적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총기 허용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일본이 비교적 총기 사고에서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를 총격한 야미가미와 같이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총기를 제작하는 일반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요인 경호 시 총격 가능성에 대한 사전 대비 역시 철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 경찰청은 이번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일본 경호 체제의 문제점을 전면 검토 후 대폭 수정할 방침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경호 체제는 1992년 발생한 '가네마루 신 당시 자민당 부총재 피격 사건'을 계기로 수정된 버전이며, 이후 30년간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일본 경찰청의 이같은 결정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과 불안감을 고려하고, 내년 히로시마에서 개최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비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