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에 줄행랑친 스리랑카 대통령 닷새만에 '이메일 사임'

↑ 14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위대 총리실을 점거한채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국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공식 사임했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국가 부도 사태 속 해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에게 이메일로 사임서를 보냈다. 국회의장은 사임서 원본을 확인하고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마치는 대로 15일 대통령의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공군기를 타고 몰디브로 간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항공 비행기를 통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의 싱가포르 망명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싱가포르 외교부는 "망명을 신청하거나 승인받은 적이 없다"며 개인 방문 자격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고타바야 대통령의 최종 목적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스리랑카 시민들은 지난 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며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등을 점령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와 야권의 거센 퇴진 압박에 그날 밤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히며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약속한 날까지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날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반정부 시위대는 국회가 정권 교체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일단 대통령 집무실 등의 점령을 풀기로 했다. 반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추가 시위를 우려해 이날 정오부터 15일 오전 5시까지 콜롬보 일대에 통행 금지령을 발동했다. 군과 경찰은 성명을 통해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몰디브로 가며 자신이 임명한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워크레메싱게 총리는 현재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일 차기 대통령을 의회에서 선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리랑카에서는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하면 한 달 내에 의회에서 비밀투표로 의원 중 한 명을 새 대통령으로 뽑는다.
[권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