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복도 주변 서성거려…손세정제·휴대전화 사용하기도
경찰관, 상관 허락 필요하다 생각에 총 안쏘고 머뭇…부실대응 정황 밝혀져
미 법무부, 전문가팀 꾸려 광범위한 조사 착수
↑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총격 참사 당시 경찰이 도망가는 영상이 현지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 사진= 뉴욕포스트 웹사이트 갈무리 |
지난달 24일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당시 경찰이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는 증거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현지시각으로 12일, 뉴욕포스트 등 매체는 현지 지역매체가 처음으로 입수해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는 지난 5월 24일 사건 당일 유밸디 롭 초등학교 복도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 사진= 뉴욕포스트 웹사이트 갈무리 |
이 동영상에서는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지 몇 분만에 학교에 진입한 경찰관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라모스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멈춰 서서 복도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헬멧과 조끼 등을 착용했던 한 경찰은 벽에 부착된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휴대전화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 사진= 뉴욕포스트 웹사이트 갈무리 |
이후 라모스가 총을 쏘자 경찰관들은 복도에서 줄행랑을 쳤습니다. 총격이 시작된 지 77분, 학교에 도착한 지는 74분이 된 12시 50분, 마침내 경찰이 교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했습니다.
해당 총격 사건으로 11살 딸을 잃은 빈센트 살라자르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주 공공안전부가 이 영상에 나온 상황을 말로 설명하긴 했지만 직접 본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며 "막막한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모두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영상을 보면 그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며 "책임감 없는 사람들은 그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텍사스 공공안전부 스티븐 매크로 국장은 지난달 21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경찰 대응이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라모스가 학교 건물에 들어선 지 3분 만에 범인을 제압할 충분한 숫자의 무장 경찰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이 경찰의 교실 진압을 막았다는 것입니다.
매크로 국장은 "당시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경찰이 오기까지) 1시간 14분 8초를 기다려야만 했다"며 경찰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 텍사스 총격 참사 초등학교 찾은 바이든 미 대통령 모습. / 사진= 연합뉴스 |
앞서 총격사건에 경찰이 부실 대응했다는 정황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텍사스주립대 고급법집행신속대응훈련(ALERRT)센터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라모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 경찰관이 그를 겨누고 있었지만, 총을 쏘지는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이 경찰관이, 총을 쏘기 위해서는 (상부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해당 경찰은 상관 허락에 의지했고, (총을 쏘려고) 돌아섰을 때는 이
현재 미국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 고위 관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팀을 꾸려 이번 참사와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당시 지휘관이었던 해당 경찰서장은 정직 처분됐습니다.
[이지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mat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