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이라고 보기 힘든 척박한 땅에서 첸나이 파이터스와 간디나가 챌린저스의 산만한 크리켓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화면 하단에는 두 팀의 이름과 스코어, 예상 스코어 등이 나온다.
선수들의 자세가 어설프긴 하지만 심판도 있고 주최측도 있어, 경기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는 통째로 조작된 경기였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BBC는 인도 구자라트주 지역 경찰이 최근 러시아에서 온 사기 도박범들과 공모해 소셜 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대회를 개최하고 가짜 경기를 펼친 혐의로 현지인 4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현지인 중 1명은 러시아의 술집에서 일하면서 크리켓 사기 리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켓 대회인 인디안 프리미어리그(IPL)가 진행된다. 일부 주에서는 IPL을 모델로 한 지역 리그도 열린다.
이중에는 구자라트주에서 진행된 '센튜리 타너스 T20’이라는 이름의 리그처럼 순전히 불법 도박을 위해 진행되는 가짜 리그도 적지 않다.
이 리그에는 인도의 다른 주 이름을 딴 6개의 참가팀이 있었다. 이들은 구자라트주의 외곽 지역에서 9경기 이상을 치룬 상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인도에서는 스포츠 베팅이 불법으로 규정된다.
문제가 된 리그의 경우 주최측은 진짜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실제로는 심판들은 선수들에게 공개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선수들은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선수는 모두 연기자였던 셈이다. 24명의 현지인이 두 팀 선수단과, 2명의 심판, 2명의 주최측 관계자를 연기했다. 주최측 관계자 가운데 1명은 현지 해설도 맡았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베팅을 건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 지역 실업자와 러시아 도박꾼들이었다고 현지 경찰은 설명했다. 베팅 참가자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2대의 카메라가 송출하는 영상을 시청했다.
생각보다 이들의 범행은 치밀했다. 이들은 그럴 듯한 경기 영상을 위해 외곽지역의 황무지를 경기장으로 만들었다.
또 쉬는 시간 아이스박스에 물을 담아 선수
심판은 무전기를 통해 주최측과 소통했고, 주최측은 러시아의 '스폰서'들과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관중 소리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경기장에 설치한 스피커로 재생한 것이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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