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반대해 온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터키)가 막판 입장을 지지로 바꾸면서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곳에 병력과 시설을 배치하면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AFP통신은 29일(현지시간)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를 방문중인 푸틴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스웨덴·핀란드와 영토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그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그들이 원한다면 가입할 수 있으며 그들의 결정 사안"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만약 군 부대와 시설을 그곳에 배치하면 우리도 똑같이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우리를 위협하는 영토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위협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스웨덴·핀란드 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전까지는 모든 관계가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일정한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나토 회원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패권을 확고히 하고 제국주의 야심을 드러내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러시아가 '특수 작전'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해방'하고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실제 나토 30개 회원국 정상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나토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와 스웨덴을 초청, 가입 의정서에 서명하기로 합의했다.
나토 회원국이면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을 반대해온 튀르키예가 마지막에 지지를 선언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이다.
튀르키예는 당초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 그러나 전날인 28일 튀르키예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가입을 지지한다는 양해각서에 양국과 함께 서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이번 서명에는 "튀르키예는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지지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을 중재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역사적 결정"이라고 강조하며 사실을 확인했다.
오랜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 나토가입을 신청한 것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안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핀란드는 지난달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공식화했다. 74년만에 중립국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 산나 마린 총리가 당시 공동성명에서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며 "나토 가입으로 핀란드의 안보가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공식화 하면서 이웃 국가이면서 같은 중립국이였던 스웨덴도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
이후 양국은 18일 동시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나토도 대다수 회원국의 지지 표명 속에 가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나토 가입 국가인 튀르키예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양국의 가입이 무산될 위기였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국 내에 분리주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족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을 핀란드와 스웨덴이 지원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 튀르키예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양국과 타협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무기수출, 테러와의 전쟁 등을 포함하는 튀르키예의 우려 사항에 대처하는 합의"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정부 역시 스웨덴, 핀란드가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시리아 연계 세력을 포함한 튀르키예 단체들을 단속하고 관련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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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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