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T. 마그니피카'(magnifica)
↑ T. 마그니피카 현미경 이미지 / 사진=Olivier Gros/Universite des Antilles 제공, 연합뉴스 |
카리브해의 맹그로브 습지에서 인간 속눈썹 길이의 박테리아가 발견됐습니다. 박테리아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크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흰색 실 가닥같은 이 박테리아는 약 5천 배나 큰 크기입니다.
미국 워싱턴대의 페트라 앤 레빈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서인도 제도의 과들루프 섬의 맹그로브 숲에서 1cm 길이의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T. 마그니피카는 지난 2009년 서인도제도 프랑스령 섬인 과들루프에서 물에 떨어진 맹그로브 잎에 달라붙은 상태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발견 당시에는 이 박테리아가 평균 9천㎛(0.9㎝)로 너무 커 박테리아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곰팡이류나 진핵생물 정도로만 추정됐습니다. 이후 실험실에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박테리아라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T. 마그니피카의 발견 전 세상에서 가장 큰 박태리아는 1997년 나미비아 대륙붕의 해양퇴적물에서 발견된 '티오마르가리타 나미비엔시스'(Thiomargarita namibiensis)였습니다. 이 박테리아는 최대 크기가 0.75㎜로 입사광을 산란시키는 황과립을 함유하고 있어 흰색을 띠는 데다 진주목걸이처럼 사슬을 형성한 형태여서 '나미비아의 유황진주'라는 뜻의 학명이 붙었습니다.
이번에 과들루프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역시 같은 속명에 거대하다는 뜻의 종명이 붙어 'T. 마그니피카'(magnifica)라는 학명이 부여됐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장-마리 볼란드 박사는 "대부분 박테리아보다 5000배나 크다"며 "우리가 에베레스트산만큼 큰 또 다른 인간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 T. 마그니피카가 발견된 맹그로브 숲 / 사진=Pierre Yves Pascal/Universite des Antilles 제공, 연합뉴스 |
연구팀은 T. 마그니피카가 맹그로브 잎뿐 아니라 굴 껍데기와 바위, 유리병 등 황이 풍부한 퇴적물이 있는 곳에서는 도처에 확인된 것으로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험실에서 이 박테리아를 배양하지는 못해 제한적인 연구결과만 얻은 상태입니다.
연구팀은 T. 마그니피카가 세포막에 다양한 구획을 갖고있으며 이런 구획들이 덩치를 키우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일부 구획은 질산염 등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연료공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인간 세포의 핵처럼 보이는 구획도 확인됐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구획들이 키위같은 과일의 작은 씨앗과 비슷하다고 해서 프랑스어로 '씨앗'을 의미하는 '페팽'(pepin)으로 지칭했는데, 각 페팽마다 DNA 고리를 가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보통 박테리아는 세포에 하나의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T. 마그니피카는 수많은 페팽마다 모두 DNA 고리를 갖고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워싱턴대학의 미생물학자 페트라 레빈은 AP통신과의 회견에서는 "거대 박테리아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던져주는 것으로, 박테리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면서 '놀라운 발견'이라고 평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