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의 비욘세'라고 불리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조국 러시아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양쪽에서 외면받으며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에서 퇴출 당한 네트렙코가 최근 미국 무대 복귀를 추진했지만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메트는 복귀 조건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권 종식과 네트렙코의 진심 어린 반성을 제시했다.
피터 겔브 메트 총감독은 일례로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공연'을 들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 네트렙코에게 이같은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은 사실상 복귀를 거절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네트렙코는 뉴욕의 카네기홀과 샌프란시스코의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과 접촉을 했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뉴욕 필하모닉 측은 "지금까지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네트렙코와 굳이 지금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네트렙코가 이처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찬밥신세'가 된 것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그의 태도때문이다.
네트렙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여론에 전쟁 반대 메시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으나 "예술가나 공인에게 조국을 비판하고 특정한 정치적 의견을 내세우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글을 덧붙였다.
또 다른 인스타그램 메시지에선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눈먼 침략자만큼 사악하다"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네트렙코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푸틴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확산하자 지난 3월 초 자신의 음반을 발매하는 독일의 레코드사 도이체 그라모폰의 경영진에 푸틴이 나오는 TV화면 앞에서 술잔을 든 사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론은 푸틴에 대한 지지를 접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봤고 네트렙코는 그때부터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무엇보다 네트렙코의 인터뷰 내용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이달 발간된 독일 디자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아직 러시아의 대통령이고, 난 아직 러시아 국민"이라며 "러시아 국민은 누구도 푸틴을 비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뿐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에서 그의 공연을 잇따라 취소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네트렙코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위기에 처한 유명인을 전담하는 홍보회사를 고용했다. 또 노동계에 자신을 퇴출한 메트에 대해 민원을 냈다.
또 대표적인 친 푸틴 인사로 알려진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기획한 러시아 공연을 취소했으며 인스타그램에서 정치에 대한 발언을 중단했다.
특히 그는 지난 3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러시아 정치권에서 네트렙코를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결국 네트렙코는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신세가 됐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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