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돈 주고 영상 촬영…"中, 방치 가능성"
↑ 자신들을 비하하는 말을 하는 아프리카 아이들. 칠판에는 '我是黑鬼 智商低'(난 검둥이이고, 지능이 낮다) 라고 적혀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
아프리카 아이들이 중국어로 자신들을 비하하는 말을 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인터넷에 퍼진 영상에서 아프리카 말라위 아이들은 빨간색의 중국 전통 복장과 비슷한 옷을 입고 중국어로 '워스헤이구이 즈상디(我是黑鬼 智商低)'라고 쓰인 칠판을 들고 이를 말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칠판에 쓰인 중국어는 '난 검둥이이고, 지능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어 '헤이구이(黑鬼)'는 흑인을 낮춰 부르는 인종 차별적 어휘입니다.
해당 영상은 중국인이 2020년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영상을 촬영할 당시 아이들에게 50센트(약 600원)을 주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중국어로 자신들을 모욕하는 말을 반복하면서 노래를 하게한 것으로 드러나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영상 촬영 장소는 말라위 수도 릴롱궤의 은제와라는 지역으로 확인됩니다. 말라위 낸시 템보 외무장관은 인터넷에 유포된 이 영상에 대해 "우리는 역겹고 무례하고 깊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모욕하고 무례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은 우리를 불쾌하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자신들을 비하하는 말을 하는 아프리카 아이들. 칠판에는 '我是黑鬼 智商低'(난 검둥이이고, 지능이 낮다) 라고 적혀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
말라위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동영상에서 아동 착취 문제를 지적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영상에 문제가 너무 많아서 내용을 토대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생각되는 곳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프리카 순방 중인 우펑(吳鵬)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 국장은 지난 14일 말라위를 방문해 "인종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데 대해 말라위 외무장관과 의견을 함께했다"며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러한 불법 온라인 행위를 단속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인종차별 영상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말라위 주재 중국 대사관도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말라위측과 협력해 이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제작한 남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상 제작은 착취가 아니다"라며 "아프리카를 돕고 있는 중국의 계획을 나도 자연스럽게 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영상과 비슷한 영상은 이미 중국 내에서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습니다. 중국 온라인에는 '각종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흑인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맞춤형 영상을 만들어 드린다'는 제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30초 짜리 영상 제작 비용은 5000원이 채 안되지만 판매 가격은 10달러(약 1만3000원)부터 70달러(약 9만원)까지 다양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하이디 오스트보 하우겐 중국학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해당 영상을 제대로 검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중국 검열기구가 동영상에 대해 알고 있었을텐데 단속 대상에서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중국 외교부는 해외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해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