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3국 정상·우크라 첫 회담…'흔들린 우정' 복원될까

프랑스·독일·이탈리아·루마니아 정상, 키이우 방문
"우크라는 유럽의 가족…EU 후보국 지위 부여 지지"

↑ 16일(현지시간) 프랑스·독일·이탈리아·루마니아 정상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점령을 눈앞에 둔 가운데 서방의 대표적인 ‘주화파(主和派)’인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나라들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해왔지만, 전쟁의 출구 전략에 있어서는 다른 입장을 밝혀온 바 있습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함께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도 기차로 키이우에 도착해 합류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4개국 정상은 우크라이나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슐츠 총리 역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가족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고 강조했으며,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원한다"고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 러시아 · 우크라이나 · 프랑스 · 독일(PG) /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이들 3개국 정상들은 그간 러시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함은 물론, 지난달과 이번달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에 굴욕감을 주려 해선 안 된다”며 미국과 영국, 동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강경론을 경계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영토 문제에 대한 타협 등을 담은 ‘평화 로드맵’을 만들어 양국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독일은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도 한발 늦는다고 비판받은 바 있습니다.

이들 정상은 이번 우크라이나에서의 회담을 통해 이러한 비판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토 문제 등 평화의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압박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슐츠 총리 또한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 무기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며 현재 지연되고 있는 무기 지원을 조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있어서 이들 정상은 각자의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하루 전인 15일 루마니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는 전쟁 종식을 위해 어느 시점에서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고 재차 밝힌 바 있습니다.

↑ 1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키이우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회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렇게 프랑스와 독일이 애매한 태도로 중재 역할 고집하다 '민스크 협정'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과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의 돈바스 전쟁 이후 프랑스와 독일은 ‘노르망디 형식 대화’의 틀을 꾸려 양국간의 대화를 중재한 바 있습니다. 이때 2014~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민스크 협정 1’과 ‘민스크 협정 2’에 합의했지만, 러시아를 처벌하거나 친러 반군의 침공을 막지 못한 협정은 결국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민간 연구기관인 펜타 센터의 볼로디미르 페센코 소장은 NYT에 "유럽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지위 부여를 지지하고 재건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인센티브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