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르헨·스페인 독재 정부, 부모 살해 가해자 가정에 아이 맡기기도
↑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주민들 / 사진=연합뉴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을 자국으로 강제이주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것은 독재정권의 오랜 수법인 '아동 납치'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스비트라나 체르니크 호주국립대 강사와 프란체스카 레사 옥스퍼드대 강사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강제로 끌고 가는 이유에 관해 분석한 글을 현지 시각으로 어제(14일) 실었습니다.
기고에 의하면 전시 상황 속 정확한 수를 확인할 순 없으나, 러시아는 아동 수만 명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규모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1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로 강제이주했고, 이주 대상 가운데 아동이 약 23만 4000명 포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가 전쟁으로 고아가 됐거나 부모와 헤어진 우크라이나 아동이 러시아 국적을 획득할 수 있는 절차를 간소화했다며, 아동의 안전한 복귀를 위해 유엔이 노력해달라고 했습니다.
전시 민간인 보호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은 강제 이주는 물론, 점령한 국가의 아동의 신분상 지위를 바꾸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복을 압박하고,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흡수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국가 정체성을 바꾸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리아 르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권 옴부즈맨은 4월 우크라이나 아동 1560명이 부모 없이 러시아에 도착했다며 이들 일부는 러시아 가족으로 입양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릴리아 구메로바 러시아 상원 의원은 이른바 '해방 영토'에서 데려온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러시아어를 알지 못한다며 러시아어에 대해 가르칠 특별 여름 캠프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자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가 2012년 7월 5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비델라는 집권 기간(1976-1983) 저지른 '아기 납치' 와 관련해 50년형을 선고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
독재정권의 이러한 전략은 기시감이 들게 합니다.
1976∼1983년 아르헨티나를 지배했던 군사정권은 정적의 가족 가운데 약 500명의 어린이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다수의 어린이는 자신들의 부모를 살해하는 데 가담한 군인과 경찰 가족에게 입양됐습니다. 일부의 경우 출생 서류를 위조해 보육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독재자 프린시스 프랑코 치하에서 정권의 주도로 반체제 인사의 신생아를 빼돌려 친정권 가족에게 입양시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구체적인 인원은 알려진 바 없으나 일각에선 어린이 수만명이 친부모와 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코 정권은 반체제 인사의 공산주의 성향을 없애고자 이같은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자
이러한 범죄의 경우 과거에 처벌 받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추세가 변하고 있습니다.
2012년 아르헨티나 법원은 군사정권 시절 아기를 조직적으로 납치한 혐의로 독재자 호르헤 비델라와 레이날도 비뇨네에게 각각 징역 50년과 15년을 선고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