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 했어요" 여군 자원입대한 20살 우크라이나 여성

"아는 사람이 전쟁으로 세상 떠났을 때 가장 힘들어"
"우크라이나가 승리해야 끝나는 전쟁"

↑ 우크라이나군에 자원입대한 사샤 그리고리바. / 사진=연합뉴스

태어나서 총을 한 번도 잡아본 적 없었던 사샤 그리고리바(20)는 군에 자원입대했습니다. 15일 연합뉴스는 사격 조교로 활동하는 사샤의 사연을 우크라이나 키이우 현지에서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입소 직후 2주간 훈련받을 때 총을 분해, 조립하는 속도가 다른 동기들보다 월등히 빠르고 목표물을 모두 명중시키는 '특등 사수'인 그를 눈여겨 보고 사격 조교로 발탁했습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총 쏘는 장면을 수백 번 '시뮬레이션'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석 달간 수많은 신병에게 총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사샤는 특히 "동생 같은 10대 청소년까지 최전선에서 싸우고 싶다며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로 향할 때는 '과연 이 친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어 가슴 한쪽이 저리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는 18세 이상이면 자원입대할 수 있습니다.

스무 살 사샤는 댄스 강사, 셰프, 타투이스트 등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곳곳에서 죽어 나가는데 키이우에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변과 주변에 상의도 하지 않고 입대 지원서를 냈다. 나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입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사샤는 이 전쟁으로 친구 2명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는 군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훈련이나 불편한 숙식 환경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전쟁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쟁 전에 사샤는 식당에서 요리하며 돈을 벌고 틈틈이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강사 일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부대에서도 쉬는 시간에는 K-팝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무거운 마음을 털어낸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사샤는 전쟁이 언제 끝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해야 비로소 멈출 거다. 러시아는 그렇게 넓은 땅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왜 우리 땅을 빼앗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끝까지 이기겠다는 믿음 하나로 싸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