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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연합뉴스] |
2년간 우리를 괴롭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원숭이두창 보다 더 큰 충격이 전 세계를 위협할 것으로 경제 전문가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세기만에 가장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개발도상국과 빈곤국, 거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의 생사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경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2월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경제 상황이 회복에서 다시 후퇴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은 전날 발간한 글로벌 위기 대응 보고서에서 '퍼펙트 스톰' 때문에 94개국 16억명의 생계가 위협을 노출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닥쳐올 위기는 '식량'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농업 강국이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는 국제 곡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막강하다. 2015~2019년 연평균 러시아의 밀 생산량은 7300만톤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번째, 수출 규모는 3173만t으로 세계 1위다.
러시아의 침공 후 밀 생산량이 급감하고 수출길이 막혀버린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 밀 수출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비중은 전 세계 21.5%를 차지한다. 세계인의 주곡인 밀의 수출 물량 20%가 전쟁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현재 막혀 있는 상황이다.
특히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파종을 하지 못해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러시아는 또 자국의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오히려 자원 수급 불균형을 서방 압박 카드로 꺼내 들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유가, 가스값 상승에 이익을 높여가면서 서방에 대한 자원 공급을 차단해 불안을 조장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강도 높은 금융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은 이 전쟁에서 결국 서방국들이 먼저 눈을 깜빡이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를 무기로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본격 난방철인 가을이 오면 경제적 압력을 버티다 못한 서방국들이 결국 백기를 들 것이란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의 이유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포인트 내린 3%로 제시했다. 전날 세계은행(WB)도 1월에 발표한 경제성장 전망치를 4.1%에서 2.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세계은행은 197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1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각 종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물가가 올라가고 있지만 생산은 위축돼 성장률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겪은 적이 없었다.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며 "특히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가 불안정한 결과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더욱 두려운 것은 금융·통화정책을 함부로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유동성 조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돈을 풀면 물가가 더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체력적으로 취약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식량 안보, 에너지, 금융시장에 대한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은 체계적이고 심각하며 가속화하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 수년간 생명과 생계를 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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