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20년 4개월여 만에 장중 달러당 134엔대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일본의 금리차이 확대 전망 등이 엔저의 주된 이유로 꼽히는데,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선 미국 등과 달리 일본은행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엔화 가치 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134엔대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최근 2주일새 6% 가량 하락했는데 달러당 134엔대까지 내려가기는 200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 가치는 전날 20년 2개월여 만에 달러당 133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엔저의 큰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 확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지난 3월과 5월 기준 금리를 높였는데, 추가적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비해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미·일 금리차 확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매수-엔화 매도 추세가 나타났고 이게 엔저로 이어지고 있다. 원유 등 일본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이를 구매해오는 데 필요한 달러 수요가 증가한 것도 엔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앞으로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어서 추가적인 엔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6일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취지를 밝힌데 이어 이어 7일에도 "강력한 금융완화를 끊기 있게 계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 2월 말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는데 3월 말에는 121엔대를 거쳐 8일에는 134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 증대나 기업실적 개선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 보다 수입물가 상승과 무역적자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부적적 영향이 더 크다는 '나쁜 엔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유·원자재 값이 오르는 가운데 엔저가 더해지자 나쁜 엔저 주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1% 올라 7년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일본의 4월 무역수지는 8391억엔 적자로 9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4월 수입액은 전년동월 보다 28.2%나 증가한 8조9154억엔에 달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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