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호 알토스벤처스 공동창업자 |
로블럭스, 우아한형제들, 크래프톤, 쿠팡, 하이퍼커넥트 등과 같은 초대형 성공투자를 일궈 낸 한 알토스벤처스의 남호 파트너가 자신의 트위터에 쓴 말이다. 알토스벤처스는 벤자민 그레이엄, 워런버핏 등과 같은 투자의 대가들이 주창했던 '가치투자'를 벤처투자에 연결시킨 회사다. 성장하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시장이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올라 차익을 실현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오히려 '묻고 더블로 가'를 시전하는 것이 알토스벤처스의 특징. 예를 들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과정에 8차례나 투자를 단행했다.
트위터에 워런버핏 가치투자에 대한 본인의 해석을 주로 올리는 알토스벤처스의 남호 공동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피한다면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치투자란 거친 상태에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는 것과 같다"며 "아마 벤처투자업계에 있는 다른 이들은 티파니 보석상점에서 완벽한 다이아를 찾을 수 있으나 우리는 그런 투자처는 피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모두가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을 쫓던 시절에 한국을 주목했던 것도 일종의 가치투자였다. 유명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가치를 높게 쳐 주지 않았던 로블럭스의 가능성을 직감하고 4차례나 투자를 집행한 것도 그런 투자철학에서 비롯됐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8차례나 주식을 사 모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사실 알토스벤처스는 10년 전만해도 지금처럼 유명한 회사가 아니었다. 1996년 설립된 이후 초기투자 자금을 모으기까지 과정도 쉽지 않았다. 주로 대학기금이나 거액자산가들의 투자관리 사무실(패밀리오피스)에 접근했던 알토스벤처스 공동창업자들은 가는곳마다 거절당했다. 그러나 남 대표를 비롯한 당시 창업자들은 "우리는 남들과 다를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그러다 한 대학기금 운용자의 눈에 띄었다. 남 대표는 "아마 당시 그 펀드 운용자는 우리가 지금처럼 뛰어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거라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금은 우리 펀드에 투자를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토스벤처스는 남들과 달랐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전략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벤처투자자들이 분산투자로 위험을 줄이려는데 반해, 알토스는 집중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투자에 들어가기 전 한 회사의 모든 것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한 다음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남 대표는 2006년에 쓴 글 '전업 겜블러에게서 배우는 교훈'을 통해 이렇게 썼다. "대형 (벤처투자) 펀드들의 진짜 문제는 벤처투자자와 창업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벤처투자 펀드는 창업자들과 자신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대형화를 추구할 게 아니라 더 작으면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모으는 것이 옳다. 그리고 빨리 주식을 팔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회사가 견고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알토스벤처스는 지금도 사모펀드와 같이 매우 신중하게 투자할 회사를 선택하며, 일단 선택한 회사에 대해서는 (투자한 뒤 강건너 불보듯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 이는 여러 스타트업에 분산투자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들과 상당히 다른 접근 방법이다.
'남들과 달라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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