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서 데이트 못해. 부부도 식당서 따로 앉아"…탈레반, 갈수록 가관

↑ 아프간 칸다하르에서 부르카 등을 입고 이동하는 여성들.[EPA = 연합뉴스]

"공원서 남녀 데이트 안돼요. 특히, 여성은 목, 금, 토요일에만 공원에 들어 올 수 있어요."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식당은 물론 공원에서도 남녀분리 정책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 헤라트의 탈레반 권선징악부 관리 리아줄라 시라트는 12일(현지시간) 하아마통신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식당과 공원 이용 때 남녀를 분리해 운영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성은 목·금·토요일에만 공원을 찾을 수 있고 남성은 다른 날에 공원을 이용 가능하다.
이와 함께 남녀 분리정책은 식당 이용 시 부부인 손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지난 11일 헤라트의 한 식당을 찾은 여성은 식당 지배인으로부터 남편과 떨어져 앉으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아프간 시베르가의 한 식당에서 남성들끼리 모여앉아 식사하는 모습.[신화 = 연합뉴스]

한 식당의 지배인인 사피울라는 "당국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시를 따라야하지만 이는 우리 비즈니스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도 샤리아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벌였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했다. 여성은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으며 권선징악부는 '도덕 경찰'로 이슬람 질서 구축에 힘썼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에는 여성 인권존중 등 유화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다시 바짝 옥죄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