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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일(5월 9일)을 앞두고 진행한 공군 퍼레이드 리허설에서 일명 '심판의 날' 항공기라 불리는 공중 지휘통제기 일류신(IL)-80을 등장시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은 IL-80을 통상 '맥스돔' 즉 '심판의 날'로 부른다.
1980년대 개발한 IL-80은 핵전쟁이 발생해 지상 지휘통제센터가 파괴됐을 경우 푸틴 대통령 등 군 수뇌부들이 공중에서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됐다.
퍼레이드 리허설에 등장한 IL-80을 두고 전문가들은 단순 과시용일 수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의 전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실제 핵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9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개최된 제77주년 전승절 퍼레이드에 앞서 지난 7일 치러진 리허설 행사에는 IL-80이 등장했다.
2010년 전승절 행사 이후 12년 만의 등장이다. IL-80은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는 첨단 통신장비, 생존시설 등이 갖춰졌으며 조종석 창문을 제외하면 외부 창문이 없다. 현재 러시아는 IL-80 4대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리허설에 모습을 드러낸 IL-80은 막상 전승절 당일인 9일 행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예정돼 있던 공군 퍼레이드도 악천후를 이유로 전격 취소됐다.
크렘린궁은 이날 "공중 퍼레이드는 날씨 문제로 열리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서방 언론은 이날 모스크바 날씨가 공군 퍼레이드를 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며 취소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방해공작을 우려해이 행사를 취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전승절 행사에 IL-80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서방 세계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IL-80의 등장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것일 수 있다고 했다.
IL-80의 등장 외에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는 이전에도 나왔다.
러시아 국영TV채널 '로시야1'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가장 적대적인 행보를 보여온 영국에 핵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시야1은 지난 1일 극초음속 탄두를 장착한 '사르맛'(Sarmat) 핵미사일로 영국과 아일랜드를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유명 언론인 드미트리 키셀료프의 내레이션과 함께 방영했다.
키셀료프는 푸틴 대통령의 '대변자'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핵미사일 한방이면 영국은 사라질 것"이라며 "영국은 방사능으로 뒤덮인 최대 500m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향해 "핵미사일 단 한발에 영국이 사라졌다. 우리랑 한번 해보겠는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사르맛'은 지난달 20일 러시아가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차세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다.
최대 사거리는 1만8000km로 메가톤(TNT 폭발력 100만t)급 독립목표재돌입(핵)탄두(MIRV)를 15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브젝트 4202'(object 4202)로 불리는 신형 극초음속(HGV. 음속의 5배 이상) 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사르맛에 장착된 핵탄두의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2000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사르맛 1기로 프랑스 전체나 미국 텍사스주 정도의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고 당시 주장했다.
로시야1은 또 지난달 28일 토론 프로그램 '60분'에서 유럽 주요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로시야1은 런던 3분22초, 파리 3분20초, 베를린 1분46초만에 타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바이든은 푸틴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푸틴은 자신이 했던 위협을 실제로 이행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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