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세계 금융기관들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인해 처음으로 나타났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상황이 그 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미국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대형 악재들로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원화 기준 수입물가와 달러당 원화값, 수입 증가율,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재고 출하지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신용 비중, GDP 대비 재정수지 등 경기와 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7개 지표를 가중합산해 위기경보지수를 산출해 보니 올해 한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은 68%에 달했다.
가상자산 투자로 유명한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도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과정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하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대로 높아지면 경기침체를 겪어야만 인플레이션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 쇼크'로 정의하며 "지난 몇 달 동안 물가가 급등하고 경제활동은 감소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낮아지고 기대인플레이션은 높아지는 추세가 국가별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1.4%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6.9%에서 급전직하한 것이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8%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비자물가가 5%대에 육박하고 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돈을 풀 수도 없다. 미국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고 물가가 잡히지 않으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고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경제 뇌관이 되고 있다.
반면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현 상황을 '경기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해소되면 경기가 바로 살아날 수 있다고 낙관한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은 있지만 통상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겠으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어느 쪽이 옳은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의 경기 둔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불안이 장기간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1970년 오일 쇼크 때 각국 엄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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