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부르카 착용 의무화했지만…곳곳에서 반발 기류

대도시 중심으로 명령 저항…상당수 여성 거리서 얼굴 안 가려
국제 사회도 우려 섞인 목소리 내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부르카 착용이 의무화되자 공포 통치 본격화에 대한 두려움이 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여성의 반발 기류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늘(9일) AFP통신 등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지난 7일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이름으로 여성의 공공장소 차도리 착용 의무를 발표하자, 현지 여성과 국제 사회의 우려 가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AFP통신은 차도리에 대해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가리는 부르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르카는 눈 부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의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을 가리킵니다.

여성 운동가 타흐미나 타함은 탈레반의 발표와 관련하여 AFP통신에 "나는 수감되고 있다. 인간임에도 자유가 박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쿤드자다는 포고령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매우 연로하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며 바깥에 나갈 때 얼굴을 가리지 않을 경우 여성들의 아버지나 가까운 남자 친척들은 투옥되거나 정부에서 해고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서부 대도시 헤라트에서 조산사로 일하고 있는 아지타 하비비는 "여성의 손과 얼굴이 가려져야 한다는 말이 어디에 씌어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했던 라일라 사하르는 온몸을 가리는 옷을 입기로 결정했으나, 이는 남자 가족이 처벌받지 않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 아프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왼쪽) 옆으로 부르카를 착용하고 걷는 여성 / 사진=연합뉴스

일부 대도시에선 탈레반의 지시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헤라트 주민 파티마 레자이는 많은 여성이 탈레반의 명령에 저항 중이며, 강제적으로 도입된 변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헤라트와 수도 카불 등의 대도시에선 탈레반의 포고령 발표가 있었음에도 상당수의 여성이 거리에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탈레반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도 경고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탈레반의 이번 발표에 대해 걱정을 드러내며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에 대한 약속과 국제인권법 준수 의무를 이행하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아프간 여성이 지난 20년간 획득하고 누려온 권리가 약화하고 있는 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앞서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친 바 있습니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을 비롯한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했습니다. 여성은 부르카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고, 권선징악부는 '도덕 경찰'로 이슬람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탈레반은 작년 8월에 재집권한 이후 여성 인권 존중 등 유화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서 다시 과거와 같이 이슬람 질서를 강화하는 데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