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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 합법화' 촉구하는 미 워싱턴DC 시위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로 대 웨이드'로 불리는 낙태권 인정 판례를 파기하는 방안을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73년 판결 이후 50년 가까이 유지돼 오던 낙태권 합헌 판례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대법관 구성이 보수 우위로 바뀐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낙태할 수 있는 범국민적 권리를 개별 주(州)의 결정에 맡긴 채 없애버리는 '헌법적 지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을 경우 '시대를 반세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합법화한 낙태권이 연방 헌법의 보호에서 벗어나면 미국의 주별로 정치 성향에 따라 들쭉날쭉한 법이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절반 이상의 주에서는 낙태가 합법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이 강한 중서부와 남부의 22개 주에서는 '낙태의 불법화'를 추진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NYT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없었다면 미국 내 합법적인 낙태가 최소 14% 감소했을 거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미들버리 칼리지 팀의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서부와 남부의 저소득층 여성 사이에서는 합법적 낙태가 크게 줄어들겠지만, 일부 여성은 낙태가 합법인 민주당 성향의 주로 소위 '원정시술'을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낙태가 금지되는 주에서 가장 곤경을 겪을 사람으로는 흑인이나 라틴계, 10대, 무보험자, 서류가 미비한 이민자 등 '취약계층 여성'이 지목됐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전 미국에서는 4개 주에서 낙태권을 인정하고, 13개 주에서는 건강상의 사유가 있으면 낙태를 허용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시술비를 감당할 수 있는 여성은 낙태가 허용된 주로 가야 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시술비를 마련할 수 없는 많은 여성은 화학 약품이나 미숙련 낙태 시술자 등에 의존해 낙태를 시도했는데 이런 상황이 판례 파기가 현실화하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NYT는 1960년대 초 미국의 시카고 쿡 카운티의 병원에서는 무허가 낙태 과정에서 생명이 위협을 받을 정도의 위험을 겪으며 치료를 받은 여성이 연간 4000여명에 달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와 달리 인터넷 암시장을 통해 최대 임신 10주까지 임신중절이 가능한 알약을 주문하기가 쉬워졌으므로 의사의 처방전이 없는 알약 밀거래가 성행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무효가 되면 미국 가임기 여성의 42%가
한편,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평균적으로 미국인 10명 중 6명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지지했다. 10명 중 8명은 어떤 상황에서든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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