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억만장자로 알려진 올레그 틴코프(45)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고 수십조원 규모의 재산을 강탈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 설립자인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연을 털어놓았다.
틴코프는 다른 러시아 신흥 재벌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착하지 않고 '틴코프 뱅크'를 세계적 금융업체로 키운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그는 최근 자신이 보유한 틴코프 은행 주식 35%를 모두 시가의 3%에 불과한 헐값에 매각하고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땠다고 밝혔다.
지난해 런던증권거래소에서 틴코프가 보유한 틴코프 은행 지분 가치는 200억달러(25조원)가 넘었다.
그는 문제의 발단이 푸틴 정권을 겨냥해 지난달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비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인스타그램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대해 '미친짓'이라고 했다.
이어 "나라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는데 군대는 뭐하러 훌륭해야 하느냐"라고 썼다.
평소 틴코프는 푸틴 정권에 불만이 많았다. 그는 러시아가 족벌주의, 노예근성, 아부가 득세하는 구제불능 사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이 있은지 하루 뒤 푸틴 정권의 압박이 시작됐다.
창업자에게 문제가 있다며 틴코프 은행의 고위 임원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틴 코프는 러시아 정권이 자신의 주식 매각과 사명 변경을 하지 않으면 틴코프 은행을 국유화하겠다고 고위임원들에게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틴코프 은행은 그후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자사 이름을 바꾸겠다고 지난달 22일 발표해 그의 주장이 사실인 것을 뒷받침해 줬다.
그는 "인질처럼 잡혀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흥정하지 못하고 제시한 대로 팔 수 밖에 없었다"며 "주식을 몇푼에 넘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심지어 지인들이 자신이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틴코프의 지분은
NYT는 틴코프의 사태를 보면서 러시아의 엘리트들이 푸틴을 비판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재계가 왜 침묵하는 지도 짐작이 간다고 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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