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단계를 지났다는 진단이 연달아 나왔다. 신규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 등을 판단해 나라별로 전염병 대응 방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PBS방송에서 대유행 종식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바로 지금 이 나라에서 틀림없이 팬데믹 단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하루에 90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있는 게 아니고, 수십만명의 입원 환자, 수천만명의 사망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지금 (확산이)낮은 수준이고, 따라서 만약 미국이 팬데믹을 지났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그렇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상황으로는 "팬데믹이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가 완전히 박멸되지는 않겠으나, 사람들이 가능하면 매년 백신을 접종하면 공동체 내에서 바이러스 수준을 아주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6일 기준 미국에서는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791명으로 집계됐다. 입원 환자는 작년 여름 최저점(1만6800명)보다 낮은 1만5900명을 유지하고 있고, 하루 평균 사망자는 362명으로,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역시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비상단계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비상단계에서 보다 지속 가능한 코로나19 관리로 전환하면서 팬데믹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보건국장에 따르면 EU인구의 60~80%는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있다. EU집행위는 회원국에 코로나19 검사를 광범위한 호흡기 질환 감시에 포함하라는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다만 바이러스가 다시 발생할 경우에 대비
스페인 등 일부 EU회원국은 EU지침 발표 전부터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대폭 완화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2월부터 대규모 코로나19 검사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이탈리아는 지난달 31일에 비상사태를 종료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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