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논란을 일으킨 러시아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옹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이날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을 크렘린궁으로 초청해 격려하고 포상하는 시상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특히 발리예바에 대해 "작품을 통해 스포츠를 진정한 예술로 끌어 올렸다"며 "이렇게 완벽한 연기는 약물이나 조작의 힘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치켜 세웠다.
그러면서 "피겨스케이팅에는 약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발리예바는 단체전이 끝난 뒤 지난해 12월 채취된 도핑 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돼 '도핑 파문'에 휘말렸다.
우여곡절 끝에 개인전에 참가한 그는 심적 부담 등으로 연기 도중 수차례 넘어져 기대 이하의 성적인 종합 4위에 그쳤다.
국내 방송사들도 당시 '도핑 논란'에도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가 연기하는 동안에는 침묵 중계로 대응했다.
발리예바가 마지막 순서로 출전하자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 해설진이 침묵으로 보이콧한 것이다.
지상파 3사는 앞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중계 때도 발리예바의 연기에 대해 침묵으로 대응한 바 있다. 이는 도핑 양성 반응에도 출전한 발리예바에 대한 항의 표시다.
이날 KBS 곽민정 해설위원과 남현종 캐스터는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출신인 곽민정 해설위원은 "누가 꾸몄고, 누가 잘못했든 간에 책임은 출전 선수가 지는 게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렇게 마르고, 어린 선수가 4회전 뛰는 것을 보면 저는 운동 괜히 했나 봐요"라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SBS 이호정 해설위원과 이현경 캐스터도 발리예바가 연기한 4분간은 침묵을 지켰다. 이호정 해설위원은 "스포츠는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며 "도핑을 위반한 선수들은 출전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MBC 김해진 해설위원과 김초롱 캐스터는 발리예바의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살코 등 점프 기술만 언급한 뒤 "해설을 해보려고 했으나 도핑 양성 판정이 나온 선수에게 도저히 해설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금지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러시아 선수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한 올림픽 수용 메달리스트 에브게니 릴로프가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9개월 출전 정지를 받은 것에 대해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국적에 따른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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