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이 각종 경제 제재로 압박을 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 로즈네프트가 원유 판매처를 찾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의 에너지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3800만 배럴를 판매하기 위해 국제 입찰을 시행한 로즈네프트는 발트해와 흑해 항구에서 낙찰자의 수송선에 원유를 인도할 것이라는 계획도 공지했다.
그러나 원자재 중개업체들은 입찰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로즈네프트는 원유 수송선 19척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막대한 원유를 처리할 수 없게 됐다.
이들 중개업체가 입찰을 포기한 것은 유럽연합(EU)이 다음달 15일부터 로즈네프트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재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로즈네프트로부터 원유를 살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의 제재가 갈수록 심화되자 러시아 원유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출을 늘리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스위스를 기반으로 하는 다국적 원재자 중개업체 트라피구라는 다음달 15일까지 로즈네프트와의 원유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로즈네프트가 정제한 유제품 거래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의 원유 중개업체로 꼽히는 비톨도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제 에너지 업계의 분위기도 변화하는 양상이다.
원유저장시설이 부족한 러시아가 원유를 팔 수 없게 되면 원유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하고 이후 생산능력에도 부정적인 연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편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전일 자체 집계 결과 인도 정유업체들이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주문한 러시아 산 원유 규모가 4000만배럴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 1600만배럴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불과 두 달만에 사들인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평소 인도는 수입 원유의 2~3%만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인도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으로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자 비교적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인도 역시 이 제안을 받고 원유를 사들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도에 대한 서방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경제 제재로 인해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이런 인도의 행보를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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