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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루스 언론이 폭격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여성의 SNS글이 가짜 뉴스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출처 : BBC 보도 화면 캡쳐] |
2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BBC는 3월초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브에 위치한 한 학교에서 폭격 피해를 입은 타니아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여성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타니아는 "사이렌 소리도, 포탄이 날라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라며 "무언가가 학교 건물을 때렸고 그대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암흑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습이 있었던 것은 지난 3월 초다. 타니아는 '21 학교'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위한 의류 분류 작업을 하고 있던 와중에 공습을 당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학교 2곳을 공격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공습 이후 기절했던 타니아는 곧 의식을 되찾았다. 집으로 도망쳐 온 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이 여성은 "폭격이 있었던 학교에 있었다. 난 살아남았다.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학교에 아이들도 있었다. 그 아이들도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이 비디오를 러시아 친구들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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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여성 타니아가 폭격 피해를 입은 지 이틀째 촬영한 얼굴 사진 [출처 : BBC 화면 캡쳐] |
러시아 언론은 그녀를 학생이라고 언급하면서 어린 학생이 저렇게 침착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우크라이나 학교가 전쟁 초기에 폐쇄돼 학생들이 학교에 있었을리 없다는 주장도 폈다. 얼굴에 난 상처가 진짜가 아니며 얼굴에 묻은 피도 부자연스럽다고도 했다.
타니아의 SNS 영상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것은 '워 온 페이크'라는 계정으로 타니아 관련 사실 확인 동영상은 텔레그램에서 4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계정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편견 없이 제공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데 실상 러시아 외무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BBC는 그녀가 학생이 아닌 29세의 여성이며, 전쟁 전 웨이트리스로 일했다고 보도했다. 또 공습 이틀째에 피를 닦고 찍은 얼굴 사진에서도 상처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또 폭격을 당한 학교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장소로 이용됐고 대피처로도 사용됐다고 전했다.
타니아는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러시아 언론을 보고 분노가 아닌 슬픔을 느꼈다고 밝혔다.
타니아는 인터뷰에서 "이러한 거짓말을 다 믿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그들은 이 전쟁이 진짜라는 것을 인정하기를 너무 두려워한다"라며 "그들은 그것을 믿지 않을 변명이나 이유를 찾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가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쉽다고 여긴다. 우크라이나가 극장이고 우크라이나인이 배우라고 믿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현재 타니아는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로 피신한 상태다. 폭탄테러로 시력도 손상됐고 외상 후 스트레스(PTSD) 문제도 있다.
그는 "폴란드에서도 우크라이나에서 본 장면들이 생생히 떠오른다"라며 "아직 집으로 돌아갈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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