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고속도로에서 찍힌 사진을 끝으로 사라져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산 멕시코 여대생이 13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 검찰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데바니 에스코바르(18)가 몬테레이 외곽 한 모텔의 버려진 물탱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에스코바르가 생전 마지막으로 목격된 고속도로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법학 전공 대학생이던 에스코바르가 사라진 것은 지난 8일 밤. 그는 친구들과 놀다 홀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에스코바르는 택시를 타고 가던 중 돌연 고속도로에 내렸다. 에스코바르가 왜 택시에서 중간에 하차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를 중간에 내려준 택시기사는 한밤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에 홀로 위태롭게 서 있는 에스코바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뒀다고 한다. 이 사진은 생전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에스코바르의 아버지는 이날 수사당국이 CCTV를 분석한 결과 택시 기사가 에스코바르의 가슴을 만지려 했다고 전하면서, 딸이 성추행을 견디지 못하고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택시에서 내린 이후 에스코바르의 행적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택시 기사를 포함해 현재 에스코바르 사건과 관련해 체포 용의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코바르 아버지는 "내 딸은 당국의 무능함 때문에, 그리고 성추행범들 때문에 죽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멕시코에선 여성이 성별을 이유로 살해되는 '페미사이드' 사건이나 여성들의 실종이 늘어나고 있다. 페미사이드 건수는 최근 몇 년새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1000건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 일간 레포르마는 올해 들어 하루 7명꼴의 여성이 실종돼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종 후 시신으로 발견되는 여성들도 잇따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유엔 강제실종위원회(CED)는 최근 멕시코 실종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12세 이상 소년·소녀와 여성들의 실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누에보레온주 검찰은 에스코바르 실종 이후 드론과 탐지견 등을 동원한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다른 실종 여성 5명의 시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과 여성단체 등은 당국이 사건 수사나
한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에스코바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가해자를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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