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북동쪽으로 약 2000km 떨어진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질서유지를 위해 중국 해군 파견을 받는 내용의 안보협정을 중국 정부와 최근 체결한 것으로 18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미국은 뒷마당과 같은 솔로몬제도의 중국 군사기지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급파했다. 솔로몬제도가 인도태평양에서 미·중 전략적 패권경쟁 격전지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제레미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교장관이 양국 정부를 대표해 최근 안보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양국의 전면적인 협력을 약속한 공식 협정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회질서 유지, 인민의 재산과 안전 보호, 인도적 지원, 자연재해 대응 분야에서 협력해 솔로몬제도가 자국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협정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외신들은 협정 초안에 솔로몬제도 질서유지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무장경찰과 병력 지원을 받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또 중국이 필요에 따라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보급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몬제도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2만8400㎦ 면적의 섬나라로, 인구는 70만명 안팎이다.
솔로몬제도를 통치하는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친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솔로몬제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말라이타섬 주민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반정부시위에 나서자, 소가바레 총리는 중국으로부터 경찰용 방탄복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러한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밀월 관계로 인해 주변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는 안보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해군이 솔로몬제도로 진출하면, 미국과 호주 사이에 해상항로가 간섭받거나 봉쇄될 수도 있다.
미국은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비롯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부차관보, 국방부와 국제개발처 관계자 등을 포함한 대표단을 조만간 솔로몬제도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대표단은 솔로몬제도 정부에 중국과의 안보협정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중국이 아닌 미국과의 협력강화가 솔로몬제도에 가져올 이득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솔로몬제도에 29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한다는 계획을 지난 2월 발표한 바 있다.
백악관은 "미국 정부대표단이 이번 주 피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를 방문한다"며 "태평양 제도와 인도태평양 번영, 안정, 평화를 전하는 우리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별 고위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포괄적인 안보 협정의 특성상 솔로몬제도에 중국군이 배치될 방법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협정 체결은 솔로몬제도의 정세 유동성을 키우고, 태평양 지역에 우려스러운 선례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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