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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1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한 석유 시추 시설 모습. [타스 = 연합뉴스] |
러시아산 원유를 50% 미만 비율로 섞어 다른 상표인 것처럼 판매하는 등 곳곳에서 제재를 회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최대 석유회사 셸이 러시아산 원유와 다른 국가에서 나온 원유를 섞은 석유제품을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49.99% 비율로 섞으면 혼입 비율이 50% 미만이어서 러시아산 제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방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석유 거래업자들은 이 같은 제품을 '라트비안 블렌드'라고 표현한다. 러시아 프리모르스크에서 출발한 선박이 대형 석유 저장시설이 있는 라트비아의 벤츠필스항에 도착해 하역한 뒤 이곳에서 혼합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석유 터미널이나 공해상에서도 이런 작업이 이뤄지지만, 석유 거래상들은 '라트비안 블렌드'로 통칭한다. 셸과 같은 거대 석유회사들은 과거 서방이 제재했던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섞어 판매한 전례가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석유 등 380억달러(약 47조원) 상당의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했다고 최근 전했다. 서방의 제재 발효 후에도 암암리에 에너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셸의 트레이더가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러시아 우랄산 원유를 구매한 사실이 확인돼 우크라이나 외교부가 거세게 항의했고, 셸이 공식으로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WP는 유럽이 구매한 러시아산 에너지의 30%가량이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 유통됐는데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암암리에 이뤄지면서 폭락했던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다시 반등했다.
미국 CNBC 등 외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이 80.12루블로 마감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환율이 전쟁 발발 후 한때 사상 최저인 달러당 121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올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액이 3210억달러(약 389조2000억원)로 전년보다 33%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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