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내각부가 공개한 드라마의 한 장면. 70대 원로의원이 20대 초선의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다. [사진 출처 = 일본 내각부 공식 유튜브 채널] |
13일 일본 내각부가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한 34분짜리 동영상에서는 여성 지방의원 후보가 선거 유세 도중 남성 유권자에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는 요구를 받거나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선이 되고 나서는 나이든 남성 의원으로부터 여자는 젊고 얼굴이 예쁘면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모욕을 듣기도 했다.
선거 때마다 게시판에는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낙서가 적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이 들어온다. 어느 초선 의원은 한 남성 유권자로부터 티셔츠 한 벌을 선물로 받았다. 동봉된 편지에는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 티셔츠를 입은 뒤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모두 실제 사례들이다.
내각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지방의원의 피해 사례 1324건을 수집하고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 드라마 형식의 동영상을 만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정치분야 남녀 공동참여추진법'을 개정하면서 지자체별로 괴롭힘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권고한 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동영상은 앞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연수 등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도쿄신문은 성희롱과 갑질, 폭언 등이 청년과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내각부가 지난 2020년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42%가 동료 의원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여성 의원(58%)이 남성 의원(33%)보다 괴롭힘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다 세이코 지역창생·저출산대책담당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며 "동영상을 본 뒤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가 싫어하는 행위였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일본 여성의 정계 진출 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해산된 중의원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9.9%로 파악됐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각국 의회 여성 의원 평균 비율은 25.5%다. 양원제일 경우 하원만 반영됐다. 우리나라의 여성 의원의 비율은 21대 국회 기준 19%다. 우리나라도 평균 이하지만 일본은 더 심각한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이 여성의 공직 진출을 막고 재선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각 정당에 남녀 후보자 수를 균등하게 맞추도록 권고한 '후보자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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