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도중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 선전 선동을 믿지 마라. 이들은 여기서 거짓말 하고 있다'라고 쓴 문구를 들어 보이며 기습 시위를 했다 구금된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집자 마리아 오브샤니코바(44)가 독일 유력 언론사에 채용됐다.
영국 일간 B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오브샤니코바가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거에서 디벨트 특파원과 신문기고 TV 뉴스 채널 출연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울프 포르샤르트 디벨트 편집장은 "오브샤니코바는 국가 탄압 위협에도 언론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며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오브샤니코바는 "디벨트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용기 있는 자들이 지키고 있는 가치, 즉 자유를 상징한다"고 이직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앞서 두 아이의 엄마인 오브샤니코바는 생방송 시위 직후 체포돼 12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브샤니코바는 "시위 후 이틀 동안 잠을 못자게 했다"며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3만루블(43만2000원) 벌금이 부과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투데이(RT) 방송 국장인 남편과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오브샤니코바는 지난달 14일 오후 9시31분께(모스크바 시간) 방송 도중 갑자기 등장, 러시아어와 영어로 반전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들어 보였다.
종이에는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브샤니코바는 난입 시위 전 촬영한 영상에서도 자신의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임을 알리며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영상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은 범죄며 러시아는 침략 국가"라며 "이 침략의 책임은 오직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신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지난 몇 년 동안 채널1에서 근무하며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의 정치선전을 한 것이 지금 매우 부끄럽다"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방 국가에서는 당시 그의 시위를 "용기있는 행위"라고 높이 샀지만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훌리건'같다고 폄하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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