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원예용 가위를 들더니 테이블에 놓인 검은색 샤넬 가방을 싹둑싹둑 자른다. 여성은 두 동강 난 가방을 들어보이며 어깨를 으쓱한다. 여성의 이름은 마리나 에르모슈키나. 여성잡지 코스모폴리탄 표지모델에도 등장했던 러시아의 TV진행자다. 그는 "러시아 혐오증에 반대하며, 러시아 혐오증을 지지하는 브랜드에 반대한다"는 시위 의미로 샤넬 가방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여성이 두바이에 있는 샤넬 매장에서의 해프닝을 알게 되어 샤넬 가방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보도했다. 두바이 샤넬매장 직원이 가방을 구입하려는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에서 이 가방을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명을 요구했고, 결국 해당 고객에 가방 판매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샤넬 가방 자르기' 게시물은 5일 만에 1만1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가 됐고, 러시아TV에도 방영됐다.
930만 팔로워를 둔 러시아 인플루언서 빅토리아 보니야도 "고객을 이렇게 존중하지 않는 브랜드는 본 적이 없다"며 가방 자르는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샤넬 옷과 액세서리 착용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5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둔 러시아 DJ 카티아 구세바도 SNS에 "샤넬 없이 우리는 계속 완벽하게 살 것"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샤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제재에 따라 러시아에서 매장을 폐쇄했다. 이에 더해 글로벌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러시아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명을 요청했다. 유럽연합·스위스 제재에 따르면 러시아의 개인, 법인, 단체에 사치품을 직·간접적으로 판매·공급·이전·수출하는 것이 금지된다. 사치품 분류 기준은 품목당 300유로(약 40만원)로, 대부분의 샤넬 제품이 사치품에 포함된다.
샤넬은 러시아 인플루언서들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공식 성명을 통해 "어디에서 왔든지 모든 고객을 환영하는 것이 샤넬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로 인해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에르모슈키나는 다른 모든 샤넬 소지품을 판매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사람들을 돕는 협회에 수익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유명 러시아 TV진행자의 퍼포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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