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피란민이 몰려들던 우크라이나 동부 기차역을 공격할 때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가 있는 살상 무기로, 넓은 지역을 무차별 공격할 때 사용한다. 살포된 일부 소형 폭탄이 불발 상태로 남을 수 있으며 이것이 추후 폭발하면서 민간인이 추가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집속탄은 2010년 집속탄사용금지조약(오슬로 조약)에 의해 사용이 금지됐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WP가 찍은 현장의 미사일 잔해 사진을 본 무기 전문가들은 이를 집속탄 장착이 가능한 무기인 토치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MIIS)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현장 미사일 잔해에 '9M79-1' 표시가 있다고 밝혔다. 9M79 시리즈 토치카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약 2.1Km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9N123 집속탄 탄두 안에 있는 50개의 소형 폭탄을 살포하게 된다. 이어 이 소형 폭탄들이 재폭발하면서 날카로운 파편이 튄다.
이번 폭격의 목격자들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폭발 이후에 폭발이 4~5차례 뒤따랐다며 집속탄 사용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다른 지역에서 또다른 무차별 살상무기인 열압폭탄을 사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집속탄과 열압력탄 모두 민간인을 대상으로 직접 사용될 경우 제네바협약 위반이다.
린다-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달 유엔에서 "우리는 러시아군이 치명적인 무기류를 우크라이나로 이동시키는 비디오를 봤는데, 집속탄과 진공폭탄을 포함한 이들 무기는 전장에 있어선 안 된다"면서 "이들 무기를 민간인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 기차역 미사일 공격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최소 50명이 숨지고 3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에는 어린이 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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