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딸 걱정…우크라 엄마가 아이 등에 적은 것

우크라 현지 부모, 어린 딸의 등에 이름과 비상 연락처 적으며 죽음 대비
젤렌스키, 러군의 민간인 살해 의혹 '집단 학살'로 규정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의혹이 퍼져 논란이 되는 가운데, 현지 부모들은 자녀 몸에 이름과 생일 등 신상 정보를 새겨두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들이 죽고 아이 혼자 살아남았을 때를 대비한 것입니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 언론 소속 기자 아나스타시야 라피티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 어린아이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 아이는 우크라이나에 사는 소녀로, 등에 이름과 출생일, 친척의 연락처 등이 펜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은 전 세계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아이 몸에 이런 글을 적어야만 했던 부모 심정이 어땠을까", "우리가 도와줄 방법은 없는 건가" 등 댓글을 남기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리며 "우크라이나 엄마들은 자신이 죽고 아이만 살아남을 경우를 대비해 아이들 몸에 연락처를 남기고 있다. 21세기에!"라고 적었습니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 3일 등장했습니다.


현재 '민간인 집단 학살' 등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수사하고 있는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부차∙호스토멜∙이르핀 등 일부 지역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민간인 시신을 최소 410구 이상 수습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지역은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물러난 곳입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일부 시신은 눈이 가려진 채 손이 뒤로 묶인 상태였고, 성당 인근에서 300여 구 가까운 시체가 집단 매장된 곳도 발견됐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이같은 행위를 '집단 학살', 제노사이드(genocide)로 규정했습니다.

집단 학살은 고의로 특정 민족 전체나 일부를 제거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가 심판하는 4대 국제 범죄 중 하나입니다.

이미 재판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수뇌부에 대한 전쟁 범죄, 인도에 반한 죄 혐의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만약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집단 학살 혐의도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