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에게 고의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주입해 감염 여부와 증상 등을 연구한 실험에서 참가자 중 절반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완전한 무증상이었고 대부분은 후각 상실 등 가벼운 증상을 호소했다.
1일(현지시간) CNN은 지난달 31일 네이처 메디신지에 발표된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크리스토퍼 치우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18세에서 30세 사이의 자원봉사자 36명에게 고의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주입한 실험이다. 실험 참가자는 모두 신체가 건강한 사람으로, 과체중, 신장 또는 간 기능 이상자 등 코로나와 관련한 기저질환자는 배제됐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의 코에 미량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이들은 런던의 한 의료시설에서 2주간 머무르며 하루 24시간 관찰을 받았다. 연구진은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를 주입한 10명의 지원자를 위해서는 항바이러스제 램데시비르 등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무도 실제 처방을 받지는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입된 36명의 실험 참가자 가운데 18명만 실제로 감염됐다. 이 중 2명은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나머지 16명도 가벼운 증상만 나타났다. 코가 막히거나 재채기가 나고 눈이 충혈되는 정도였다. 다만 감염자 중 83%는 후각을 잃었다. 9명은 전혀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연구가 끝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1명은 후각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 중에서 폐에 이상이 생긴 경우도 없었다.
크리스토퍼 치우 교수는 "그들이 젊고 건강했으며 소량의 바이러스를 접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코로나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일부 해소됐다. 코로나의 잠복기는 매우 짧아, 증상이 발현되기 전인 감염 이후 이틀 후부터 바이러스를 배출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대체로 6일 정도 바이러스를 배출했는데, 한 참가자는 12일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입 이후 40시간이 지나면서 목구멍에서 검출됐다. 코에서 검출되는 데는 58시간이 걸렸다.
연구진은 "자가검사키트 등 항원검사는 매우 효과적이었다"라며 "이 테스트는 증상 발현 전에도 70~80%의 감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실험 참가자의 절반은 똑같은 양의 바이러스를 주입받고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고 항체도 만들
치우 교수는 "참가자들은 사스 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검사를 받아 교차방어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보호를 받은 것"이라며 "코 안에 원시적인 형태의 보호 시스템이 있는데 그것들이 감염을 막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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